“체신사업이 근대 (대국민)서비스의 시초 아닙니까? 여러분은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그 정신을 이어 나가고 있는 체신동지들입니다. 자긍심을 갖고 국민 복지증진을 위해 사력을 다해주십시오.”
50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이 열린 정보통신부 15층 대강당.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박수의 주인공은 원로우취가이자 전(前) 광주체신청장을 지냈던 석산(石山) 진기홍 선생(92). 지난 65년간 모은 근대 우정 관련 사료 177점을 기증하기 위해 노구를 끌고 기념식장에 나타났다.
“현직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통신사업의 역사를 조사하고 캐는 데 하루도 쉰 적이 없다”는 진 선생. 1966년 체신부를 떠났지만 지난 40여년간 그의 생은 오직 근대 우정사업의 역사 바로알기에 집중해 왔다.
근대식 체신법령을 담은 첫 발간물인 ‘대조선우정규칙’은 그가 내놓은 177점의 사료 중 역사적 가치가 가장 높다. 우리나라가 현대식 금속활자로 인쇄한 최초의 책이기도 하다. 진 선생은 이를 구하기 위해 일본을 무려 다섯 차례나 방문했고 당시 일본 잡지에 소장자를 찾기 위해 100만엔(약 10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큰 돈이었지만 그의 애국심은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다.
12월 4일이었던 정보통신의 날(체신의 날)을 4월 22일로 바꾼 것도 그의 공. 갑신정변으로 조선체신이 망한 날을 일제의 뜻에 따라 효시로 삼을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재정립에 대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그의 숨은 노력들이 빛을 발했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평생 모았던 자료가 휴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과 큰 아들(진 의원)이 기증하라고 매일같이 졸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출품한 사료들은 우정박물관에서 상설전시실을 마련, 소장하게 되며 오는 8월 3일 열리는 대한민국우표전시회에서 공개된다. 그는 “정보통신박물관이 설립되면 나머지 사료도 기증할테니 진 장관을 비롯한 후배들이 잘 관리해달라”고 밝혔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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