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다.
투자, 시장, 사람이라는 3박자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면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상품으로 커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미 단일 경기 10만 관중시대를 열며 일반 프로 스포츠를 능가하는 동원력을 확인시켜 줬다. 프로게이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일부 프로게이머에게는 수십만명의 팬층이 형성되는 등 그 폭발적 흥행성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을 정도다.
e스포츠가 일부 마니아적 문화 코드에서 대중적 확장기로 접어들면서 가장 기민하게 관심을 쏟은 곳은 역시 기업들이다. 소비자와 밀착될 수 있는 마케팅 통로로 e스포츠를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999∼2000년 e스포츠 초창기 PC방이나 게임관련 전문클럽 형태로 출발한 프로게임단은 KTF가 처음 프로팀 창단을 하면서 대기업 및 간판 IT기업들의 잇따른 투자와 팀창단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KT, SK텔레콤, 팬택앤큐리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프로팀을 운영중이다.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e스포츠의 규모 및 내용도 질적 성장세를 달리게 된다. 1년 내내 프로리그가 지속될 정도로 각종 경기가 활성화돼 있으며,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국 등 해외로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는 한국 e스포츠 글로벌화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1년 창설되면서 매년 해외 선수단이 대거 몰리는 국제대회로서 위상을 갖췄으며, 특히 지난해는 최초로 국내를 벗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종 결승전을 치름으로써 해외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결승전을 취재한 외신들은 ‘한국의 e스포츠가 세계를 무대로 뛰기 시작했다’며 문화적 충격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WCG는 올해 최종 결승을 11월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면서 한국이 창설한 명실상부한 ‘e스포츠 올림픽’으로 비상하게 된다.
이 같은 선례를 바탕으로 각종 국제 e스포츠 대회가 한국에서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한·중 e스포츠 대회가 한시적 이벤트 형식을 넘어 정식 국제 e스포츠 면모를 다지면서 성장한 ‘월드e스포츠게임즈(WEG)’와 한국과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합작한 모델인 ‘한·중e스포츠페스티벌(CKCG)’이 대표적이다.
게임은 물론이고 전세계 산업의 ‘황금어장’인 중국이 e스포츠에 있어서도 역시 가장 큰 수요지다. 작년 WEG 중국 결승전을 담은 동영상이 시나, 소후 등 5대 포털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로 서비스되면서 수천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이 만든 e스포츠가 ‘상품’으로 중국에 팔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런 국제화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있어 새로 출범한 2기 한국e스포츠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SK텔레콤이라는 굴지의 기업이 협회장사를 맡음으로써 관련 역할 및 활동도 더욱 왕성해질 전망이다. 협회는 지금까지 수행해온 프로게이머 및 게임단 등록, 랭킹, 인력양성, 대회 기획 등의 기초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e스포츠 국제 표준 수립, 해외시장 진출, 관련 법·제도 정비 등 대외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민·관 공동의 ‘e스포츠 발전 포럼’을 활성화하고, 각계각층의 역량을 e스포츠 발전 및 글로벌화에 투입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된다. 업계·정부 차원의 투자 및 발전노력과 함께 정치권의 e스포츠 지원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국회는 e스포츠 관련 법·제도 정비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조직을 정식 출범시켰다. 바로 ‘e스포츠&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김한길, 김덕규, 우상호 의원 등 여당 주축의 의원 31명이 참여함으로써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게 됐다. 헌정사상 ‘게임’ 관련 정책 모임이 구성되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모임은 정례적인 심포지엄 개최는 물론이고, 중국시장에 대한 e스포츠 진출 지원을 위한 대규모 전시행사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광재 의원도 CKCG 한국 조직위원장을 맡아, 정치권의 e스포츠 행보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CKCG 출범식에 직접 참석한 이 의원은 “국가 글로벌화 전략의 핵심에 e스포츠를 배치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이 대내외에 조성된 성장 엔진을 바탕으로 정부 관련 정책도 한층 강화된다. 우선 문화부는 올해 e스포츠 정책자문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 e스포츠 발전 포럼을 확대, 강화한 조직으로 수요자 중심의 정책 수립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또 정부 공인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공인 리그에서 만들어진 운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표준화위원회를 통해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이와 함께 민자를 활용해 e스포츠를 위한 전용경기장이 만들어진다. 올 상반기에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2006년 착공해 2008년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스포츠시설을 각종 e스포츠 경기에 활용할 수 있는 ‘e스포츠 지정 경기장’ 지정제도도 운용된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자격 보장도 함께 추진된다. 우선 국가 공인 국가대표제를 점진적으로 도입, 활용하게 된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프로게이머는 자연히 기존 스포츠 국가대표에 준하는 예우와 신분보장을 받게 된다. 또 현재 민간기업들에 집중된 프로게임단을 공공분야에도 확산시켜 창단시킬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 대표 게임단이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e스포츠 국제화에도 정부차원에서 힘을 싣게 된다. 현 청소년 게임문화축제 등과 병행해 아시아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아시아 e스포츠 대전(가칭)’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 주도의 국제e스포츠협회 등의 구성을 적극 지원해 세계 e스포츠 표준 정착 및 확산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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