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워크아웃 졸업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는 2001년 10월부터 3년여에 걸친 채권단 관리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게 됐다. 더욱이 지루하게 끌어오던 현대이미지퀘스트의 매각도 급진전됨에 경영정상화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회생 불가’ 판정까지 나왔던 하이닉스반도체의 부활은 세계 반도체업계에 또 하나의 신화로 기록되게 됐다.
◇빨라지는 경영정상화=당초 2006년 12월 31일로 예정돼 있었던 워크아웃 졸업이 1년 8개월 가량 앞당겨지게 된 성과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환율하락·세계 경기 침체 지속 등으로 인한 반도체 산업 환경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업계 상위 수준의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흑자 전환은 물론이고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하이닉스는 6분기 연속 흑자를 실현했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투자로 300㎜ 웨이퍼 생산시설을 늘려왔으며, 중국 현지공장 설립 기반까지 마련했다. 특히 많은 제약 속에서도 임직원들의 ‘하면 된다’는 의지가 생산성 향상과 투자 효율성 제고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원가경쟁력 강화가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가장 큰 힘이 됐다. 더욱이 하이닉스는 조기정상화 방안이 확정된 데다 실적도 개선됨에 따라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하이닉스 미국법인(HSMA)에 대한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등 외부의 시각도 호전되고 있다.
여기에다 빅터스캐피털 컨소시엄과 현대이미지퀘스트 보유지분 47.3% 전량을 매각하는 본계약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이닉스와 빅터스캐피털 컨소시엄은 본계약 후 추가 실사, 잔금 납입 등을 거쳐 2개월후 M&A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로서는 현대이미지퀘스트 보유지분 매각 대금을 투자로 연결할 수 있어, 메모리 전문업체로 비상하는 자사 경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누가 새 주인 되나= 채권단이 대규모 리파이낸싱 계획을 세운 것은 이를 통해 금리가 낮아지고 대출기한이 연장되면서 자연스레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보유지분 가운데 30%는 국내외에 공동매각하고 2007년 12월 이후 매각할 수 있는 나머지 지분 51%에 대해서는 추후 주식관리협의회의 결의를 거쳐 매각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이닉스는 수년간의 개선작업을 거쳐 지난해 매출 6조970억원, 영업이익 2조240억원, 순이익 1조7230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이 회사의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 추측성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고 철저히 물밑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 윤곽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LG전자·대한전선·동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최소 2∼3개 외국계 업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중장기 성장 기반 확충에 주력=하이닉스반도체는 “아직까지는 리파이낸싱만 결정된 것이고 앞으로 추가 단계들이 남아 있어 현재로서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가 이른 단계”라며 기쁨을 억제하면서도, 워크아웃 조기졸업 이후 지속적 성장으로 이어가기 위해 중장기 성장기반 확충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 ST마이크로와 낸드플래시 부문 사업 협력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에는 중국 현지공장을 건설키로 본계약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프로모스사와 기술수출 및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하는 등 생산과 R&D분야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생산기지 다변화를 바탕으로 세계 우수인재 확보 및 통상문제에 대한 원천적 대응으로 ‘성장 안정형’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회사 복안이다. 하이닉스 측은 기존 200㎜ 설비 업그레이드와 병행해 다각도로 국내외에서 300㎜ 생산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범용 D램·플래시메모리에 이어 서버 및 가전용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판매를 확대해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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