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살아왔다. 낮에는 학교 가고 밤에는 일하고 생각할 틈도 없이 살았다. 차는 한 대뿐이라 내가 집을 나서면 집에 남은 식구들은 창살 없는 감옥 생활과 마찬가지였다. 대중교통편이 거의 없기에 차 없이는 쇼핑몰도 너무 멀어 갈 엄두를 못 내고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야 했다. 그래서인지 미국 생활을 너무도 재미없어 하던 집사람과 애들은 여름에 한 번씩 갔다 온 뒤면 더욱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렸다.
우리 가족은 내가 늦게 일 끝내고 돌아와 맥주 한 잔 하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시간만을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온 것 같다.
그간 변화한 고국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고국의 봄을 맞으며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어려서는 40대가 되면 세상 다 산 사람들처럼 느꼈었는데….
어느덧 40대 초반이 됐다. 주변 친구들은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빠 보인다. 대부분 중·고등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가 되어 있다. 아직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고 물러나는 나이가 40대인가 본다.
뜬구름/ 출처:blo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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