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리스크 관리 시대

벤처를 설명할 때면 일반적으로 투자의 기본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거론한다. 리스크가 높다는 것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5%에도 못 미치는 벤처의 성공률이 이를 방증해 준다.

 벤처는 태생적으로 리스크를 일정 수준 이상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리스크를 극복해야 비로소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산업’이다. 때문에 벤처 투자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분산투자는 기본이다. 벤처캐피털도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이 이럴 정도니 시중은행의 벤처에 대한 대출은 어떻겠는가. 이자와 원금 상환에 의존하는 여신 상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으로선 리스크가 큰 벤처에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분산해서 대출한다고 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내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중요시 여기는 시중 금융기관의 생리에도 맞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벤처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그동안 벤처에 자금을 쏟아 부은 게 한두 번이 아니고 규모도 엄청나다. 외환위기 극복 원동력은 벤처뿐이라며, 또 자금난에 허덕이는 벤처를 살려야 한다며 거금을 지원했다. 올해도 ‘벤처 올인’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정부의 벤처 지원 의지가 강하다. 이곳저곳에서 조 단위의 모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야단이다. 우리 경제가 혁신주도형으로 전환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벤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벤처 지원에 대해 이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매년 하나씩 드러나는 정부 벤처 지원의 부실을 보고 있노라면 관리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발행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유동화증권(CBO)의 부실이 최근 드러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감사원의 발표는 아니지만 최근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 기술신용보즘기금이 자체적으로 밝힌 것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부실이 총 2조여원의 발행금액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0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프라이머리CBO는 정부의 벤처 지원 가운데 위험관리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큰 손실이 난 것은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프라이머리 CBO가 ‘벤처 살리기’ 차원에서 밀어붙인 것인만큼 빚 보증의 상당액을 날릴 줄은 이미 예측됐던 일이긴 하다. 더욱이 사장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제품화하는 데 공헌하고 CBO로 재도약 기틀을 마련해 현재는 업계 선두권에 올라선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는 성과를 고려하면 충분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인정할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겨를이 없다. 마구잡이식 지원으로 도덕적 해이를 키우는 것도 문제이지만 투자한 것이 아까워 질질 끌려다니면 오히려 더 화를 키울 수 있다. 부실 벤처의 퇴출을 막아 시장 물을 흐리고 멀쩡한 벤처까지 발목을 잡아 경쟁력을 잃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벤처 정책 자금에도 리스크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연료를 다 태워버린’ 벤처가 많으면 정부가 아무리 나서서 ‘벤처 활성화’를 외치고 지원해도 소용없다. 정말 가능성 있는 벤처들을 골라 지원할 수 있는 관리체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벤처기업도 5% 미만이라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활력 방안을 찾을 것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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