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경쟁력의 주요 인프라로 최근 조명받고 있는 것이 바로 지식경영이다. 높은 원자재가, 고임금, 치솟는 땅값 등 산적한 채산성 악화 요인이 발목을 잡는 현실에서 기업은 지식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기업들의 지식경영 인프라 구축은 단기 경영혁신성 과제가 아니라 정보기술 인프라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처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상화돼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조직의 지식으로 승화하지 않으면 떠난 직원의 빈 자리를 업무차질 없이 메우기란 힘들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 사무소나 공장의 분산된 지식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사적으로 공유해야 하며, 벤처기업들과 같이 핵심역량만 가지고 생산·판매를 타사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지식근로자들의 공동작업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지식경영 활성화의 배경 중 몇몇 사례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앞다퉈 지식경영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그 중 사내 게시판에 왕성하게 글을 올리는 사원들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주변을 둘러봐도 이러한 방법만으로 지속적인 지식경영 활성화에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국내 기업들의 지식경영은 아직도 도입 단계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필자가 이끄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지식경영연구센터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굴지의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식을 공유하는 긍정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선 개인에 대한 금전 등의 물질적 보상이 단기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게시판을 통한 지식경영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한 직원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이나 상사가 그의 활동을 본래의 업무보다 덜 필요하거나 심지어 쓸데없는 행위로 치부한다면 그 직원이 과연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업무나 더 열심히 할 것이지’라며 주위로부터 백안시당한다면 조직문화가 강한 우리 기업 상황에서는 견디기 힘든 압력이 될 것이다.
개인에 대한 명시적 인센티브 제공이 해법이 아니라면 지식경영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는가. 대안은 개인을 중심에 두지 않고 지식공유에 친화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지식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내외에 홍보하고 지식올림픽, 지식사냥대회 등 조직 차원에서 꾸준히 변화관리 활동을 추진하며, 지식경영 성공을 통한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모든 조직 구성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즉 지식공유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지속적인 교육 및 변화관리가 필요하며, 동시에 지식경영을 조직적으로 수행할 ‘실행공동체(CoP:Community of Practice)’ 활동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지식관리시스템이라는 조직의 지식창고에 무조건 많은 지식을 넣기만 하면 지식경영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이제는 지식의 양적인 축적이 아니라 양질의 지식을 조직 구성원들이 창출하고 서로 전파해 본인과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만 성공적인 지식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SK주식회사, 이랜드, 포스코, 대웅제약 등이 이러한 2세대 지식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 기업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IT의 전략적 활용 분야에서 선진기업들보다 10년 이상 뒤졌지만 지식경영 분야에서만은 오히려 앞서 나가고 있음을 해외 연구자 및 실무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우리 기업들이 ‘사내 지식관리시스템’의 수준을 넘어 고객과 공급업체, 외부 전문가들의 지식까지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지식 생태계’ 구축에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영걸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ygkim@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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