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서서히 불기 시작한 ‘환경’ 바람이 올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친환경 바람은 휴대폰에도 거세게 불어 내부의 무연 부품·무연 솔더링뿐 아니라 외장 도료에도 유해 물질을 제거한 친환경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 훼손이나 오염 등에 무관심했지만 최근 환경 파괴가 불러온 심각한 재앙을 경험하고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이 각광을 받는가 하면 친환경 아파트가 등장하고 세계적으로도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로 인해 증시에서도 환경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의 발생을 줄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교토의정서에 의해 유럽연합(EU) 등 1차 의무부담국은 오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등 6가지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우리도 정부·산업계·연구기관·학계·NGO 등이 앞장서 온실가스 감축협상에 대한 전망과 입장을 점검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전세계가 이제라도 환경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계 최대의 성장 산업인 휴대폰 분야에서도 친환경 도료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손으로 만지고 얼굴과 귀에 대고 통화를 하는 것이 휴대폰이다 보니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요소의 개발이 가장 절실한 것이 당연하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레드, 블루, 와인 등 감각적 색상의 휴대폰에 사용된 도료는 지금까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의한 제품이었다. 물론 인체 유해성을 검토한 후 사용했지만 화재 위험도 있고 폐기물 처리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석유화학 문명이 만들어낸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친환경 제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두통과 구토, 중추신경계 장애 등을 일으키는 환경공해병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면서 기준 마련을 위한 대책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요청에 따른 대응책의 일환으로 휴대폰용 수용성 도료가 등장했다. 인체에 무해한 수용성 도료는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유럽 등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서도 앞다퉈 제품 양산성 테스트를 진행, 곧 인체에 무해한 환경 친화적인 휴대폰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지난 1월부터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을 시행하면서 수용성 휴대폰 도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함유기준을 초과하는 페인트 등의 공급·판매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동차 분야나 건축 분야에 관심이 집중돼 저공해 자동차 생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억제하는 공기청정기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휴대폰 도료업계도 친환경 도료 개발 및 사용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뒷받침만으로 모든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성능이 못 미칠 경우 오히려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업체들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계속 선보여야 한다.
올해는 수용성 도료에 이어 은 나노 성분이 함유된 도료 등 인체에 해가 없는 다양한 친환경 도료가 계속해서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지 반짝하는 트렌드나 법적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 휴대폰산업을 하단에서 떠받치는 중소 부품소재기업들이 친환경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발견하고 이에 집중 투자해 얻어낸 결과인 것이다.
자연과 가깝게 안전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장인 정신이 제대로 평가될 때 휴대폰 도료업계는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정인권 한국공업 대표 jik6171@hki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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