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가 오는 20일께 정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키로 한 것은 두 부처가 기반기술과 문화산업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실제 과기부는 그동안 과학기술이 우대받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문화 확산을 통한 대중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안팎에서 받아왔다. 최근 들어 문화산업 육성을 적극 주창해온 문화부 역시 과학이나 기초기술 개념이 밑바탕되지 않고는 문화콘텐츠의 보급확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해 왔다.
이에 따라 문화콘텐츠업계 및 과학기술계에서는 해당 주무 부처가 이번 제휴를 통해 ‘서로 가려운 데’를 긁어줄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벌써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관가에서도 한 부처에서 연관 업무를 모두 해결하려다 보니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가 초래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부처이기주의 정책문화를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휴 배경=이번 제휴는 몇년 전부터 문화부가 설립을 추진해온 문화기술(CT)대학원이 과기부 산하 KAIST에 설치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협의가 본격화됐다. ‘산발적으로 공동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아예 MOU를 교환해 체계적인 제휴 체계를 마련해 보는게 어떻겠냐’는 담당자들의 제안에 따라 고위층 간의 제휴체결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특히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연구개발(R&D)사업의 결정과 추진과정이 산업계의 요구와 달리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번 정책적인 제휴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휴 내용=두 부처의 제휴는 산하 기관과의 유기적인 관계설정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인 정책 파트너들로서는 문화부의 경우 주로 정책 수립 및 업체 지원 역할을 해온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꼽힌다. 과기부에서는 지난해 10월 정통부 산하에서 이관돼 주로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인재양성 및 기반기술 연구를 담당해온 KAIST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과기부와 문화부는 앞으로 이들 산하기관 간의 공동 제휴 사업을 발굴해갈 계획이다.
제휴 사업은 주로 문화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 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또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 문화부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지난해 10월 정통부와 문화부의 MOU가 게임분야를 두고 빚은 정책적 갈등과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한 성격이라면 이번 과기부와 문화부 간 제휴는 상호 부족한 부문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긍정적인 성격이 짙다. 나아가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정책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국가의 R&D 투자는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점은 이번 제휴의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계는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 기초 과학기술이 발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적절한 조치라며 이번 제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문화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인력을 과학기술계가 배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더불어 문화콘텐츠 업계도 과학기술 인프라 확충을 지원함으로써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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