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 유저들을 열광케 하는 블리자드 본사를 전격 방문했다. 489명의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이 곳은 현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블리자드 본사의 내부를 지금부터 속속들이 공개한다.
# 이중 삼중의 보안 체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L.A 국제 공항에서 45마일(약 72.4km) 떨어진 UCI(Universal California of Irvine) 대학 내에 위치해 있다. 차를 타고 시속 약 10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려 대략 40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블리자드는 전 세계에 자자한 명성답지 않게 무척 검소한 모습이었다.
이 근방은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 근처로 미국 내에서도 부유한 동네에 속하며 블리자드 외에 몇 개의 게임 개발사가 더 있다는 게 이 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사각형의 밋밋한 모양의 갈색 건물은 131동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회사가 입주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작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제서야 블리자드라는 대형 간판이 정면 벽에 박혀 있었다. 그러나 현관문을 통과해도 블리자드 내부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현관문을 지나면 다시 두 개의 밀폐된 문이 존재하며 이 문은 관계자만 열 수 있는 자성키로 잠겨져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엄격한 보안 체제를 갖추고 있어 ‘너무 밀폐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니, “나쁜 게이머들이 찾아 와서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블리자드라고 해서 피해가는 것은 아니었다.
# 친절하지만 긴장한 기색 역력
두 번째 현관문을 통과하자 세계 게임계를 흔드는 블리자드에 들어 온 실감이 났다. 우연히 마주치는 이곳 직원들은 환영의 눈짓을 보내줬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몇몇 눈에 띄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 사람인지 확인은 불가능했다.
미리 지정된 직원 외에 기자가 다른 인물과 접촉하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 들였으며 사진 촬영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가를 했기 때문에 블리자드 내부를 촬영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현관문을 기준으로 왼쪽은 휴게실이 있으며 휴게실을 지나면 GM들이 작업하는 넓은 룸이 나온다. 현관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게임 사업부가 자리 잡고 있는데 가장 안쪽에는 COO인 폴 샘스가 업무를 보는 방이 있다. 창립자인 마크 모아헴은 2층에서 작업을 한다.
“여기는 정말 똑똑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근무 조건과 환경을 보장하고 성공적인 게임을 위해 회사는 최대한 편의를 제공합니다. 당연히 연봉 수준도 최고죠.”
기자의 이번 방문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히 파견된 한국계 대니얼 진의 말이다. 여기서 팀장급이면 대부분 독립된 방을 제공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방을 어떤 식으로 꾸며도 터치하지 않는다는 불문률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개발 팀장들은 마치 자신의 집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일반 직원들은 별도의 방이 주어지지 않고 넓은 사무실에 모여 있었지만 자신이 맡은 업무에 따라 파티션의 높이가 제각기 달랐고 그 중에는 통로에 책상이 놓여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생소한 모습에 대해 대니얼 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차별이나 무분별하게 만든 구조가 아닙니다. 각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가장 효율이 높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통로에 책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리적이고 원활한 근무 환경을 위한 것입니다.”
# 일반 직원도 할말 가려
블리자드를 살펴보며 만난 한국계 직원은 총 3명. 한인 교포 2세가 두 명이었고 1명은 중학교 때 이민 와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는 GM. 한인 교포 2세 중 1명은 NC소프트 미국 지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는데 현재 인터내셔널 커뮤니티 팀장을 맡고 있다.
그가 바로 앞서 언급한 대니얼 진이다. 그들은 한국 기자의 방문을 매우 반기는 표정이었지만 개인적인 질문 외에 조금이라도 회사와 관계된 내용은 ‘노 코멘트’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였다. 일반 직원에게도 보안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2층 개발실 ‘공개 불가’
건물의 2층은 몽땅 개발실이다. ‘WOW’를 비롯해 베일에 싸여 있는 몇 가지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어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밝힐 수 없지만 몇 개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하며 더 이상 신작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2층에 특별히 견학이 허락된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도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는 경로로만 안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동 중에는 ‘WOW’를 제외한 어떤 게임도 눈에 보이지 않았으며 중국 론칭을 준비하기 위해 제작된 팜플릿과 포스터 샘플 등만 간혹 눈에 띄었다. 참고로 ‘WOW’의 중국 서비스 명칭은 ‘마수세계’라고.
블리자드의 COO인 폴 샘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블리자드에 한국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다.
“북미, 유럽, 한국 등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개의 핵심 시장이 있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지사를 설립할 정도로 블리자드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항상 한국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분석해 게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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