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광대역 통합망(BcN) 시범사업이 컨소시엄과의 사업 계약이 늦어져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어떤 분야든지 세계적으로 기술패러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처음 세운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시대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사업 계획에 문제가 있거나 보완할 점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방송위원회의 IPTV 독자 시범사업 행보가 드러나면서 정부가 통신·방송의 융합시대를 겨냥해 추진중인 BcN 시범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면 부처 간 이해 대립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그것은 당초 BcN 시범사업에 주요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했던 지상파 4사가 참여 유보를 결정한 것이 BcN 사업의 차질을 가져온 직접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처음 일정대로라면 BcN 시범컨소시엄은 지난 4일까지 주요 참여사들과 사업추진계약을 담은 협약서를 교환해 한국전산원에 제출하기로 했으나 이 사업에 참여키로 했던 지상파 4사가 입장을 바꾸면서 협약 체결이 무산됐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전산원은 정보통신부에 협약완료 시점을 연기해 주거나 참여사를 추후 추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수정해 주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BcN은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다양한 광대역 통합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IP 기반의 개방형 정보통신 인프라인만큼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함께 구축해 서비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BcN 시범사업에서 방송콘텐츠를 빼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100 Mbps의 대역폭을 가지고 추가로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가 현재로선 방송이 유일한 까닭이다. 하지만 지상파 4사가 계약에 참여해 전국 시범가구에 지상파 주요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약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상파 4사가 갑자기 입장을 변경하는 바람에 일이 꼬이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두 298억원을 들여 전국 1350가구에 인터넷주문형콘텐츠(iCOD), t커머스 등 방송·통신·금융 융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지상파방송 4사의 참여 유보는 정통부와 방송위의 통신·방송 융합 주도권 경쟁이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는 점에서 심히 걱정스럽다. 지상파 4사가 최종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만약 입장 변화가 없다면 BcN 시범사업에서 방송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어렵게 될 것이다.이미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계획도 마무리해 협약서 교환만 남은 상태다.
우리는 사태가 최악의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만의 하나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의 여파가 BcN시범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주게 한다면 사려 깊지 못한 일이다. 세계가 통신·방송 융합시대로 변해가는 지금 우리만 내부 입장차이로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결국 우리의 손해다. 이로 인해 신규 산업을 창출하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기술세계에서 하루라도 빨리 앞서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기술 발전 추세나 사용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이해다툼으로 스스로 이런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유감스런 일이다. 이왕 정부와 업계가 함께 참여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서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하루 빨리 BcN 시범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규사업일수록 시범사업자 간 협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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