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책발표의 모양새

 엊그제 정부가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운용할 전담기관 설립방침을 발표했다. 2000년 정부의 벤처투자기관으로 탄생한 다산벤처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인력 등이 참여하는 모태펀드 관리 전담기관을 만드는 내용이다.

 올해부터 환수되는 총 6000억원의 ‘중소기업 진흥 및 산업기반기금(중산기금)’에 정부자금 4000억원을 합쳐 2009년까지 1조원의 모태펀드를 조성해 벤처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벤처인정제도가 끝나는 해에 기존방식을 바꿔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지가 읽힌다.

 지금까지의 경과가 어쨌거나 2000년을 전후해 불타올랐다가 식어버린 벤처열풍을 아쉬워하는 국민, 특히 벤처기업과 정부의 기대감과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하더라도 모태펀드 조성의 의미로 세 가지가 짚인다.

 먼저 그동안 정부가 직접 벤처캐피털에 투자해 오던 벤처정책의 방향을 전담기관을 거친 간접 투자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변화다. 정부가 벤처지원시 전문인력을 갖춘 기관을 한 단계 거쳐 투자함으로써 전문성과 투명성을 크게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둘째, 그동안 정부가 벤처지원 종합백화점으로 키워 왔던 다산벤처의 대변신이다.

 당초 벤처캐피털로 출발해 벤처 해외진출, 벤처인큐베이션, 벤처투자, 벤처컨설팅 등 벤처백화점식으로 키워온 다산벤처가 어느날 벤처캐피털 투자 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그동안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대출관리를 했다가 만기가 도래해 국고로 귀속될 6000억원 규모의 중산기금, 즉 국민의 혈세가 어려운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에서 벤처활성화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를 갖고 출범하는 모태펀드 전담기관은 다음달부터 하반기에 지원할 벤처캐피털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반기에 조성할 자금은 중산기금 2000억원과 정부자금 1000억원 등 총 3000억원이다.

 안타까운 것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나온 중기청의 1조원 모태펀드 계획이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똑같은 규모의 문화부 1조원 모태펀드 조성 계획과 비교하면 잡음이 많다.

 벤처전담기관 출범 발표도 있기 전인 지난 2월 말 “전담기관이 다산벤처로 된다”는 말이 나오더니 잇따라 기금조성위원명단이 유출됐다. 이런 좋지 않은 모양새 속에는 경실련의 ‘모태펀드 운용의 중립성과 독립성, 담보성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와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할 상황에 처한 중진공 노조의 반발 등도 맞물렸다.

 어찌된 영문인지 중기청장은 당초 지난 12일로 잡혀 있던 발표를 하루 연기해 발표했다. 그리고 청장은 “‘무늬만 바뀐 다산벤처’가 모태펀드 운용 전문기관이 된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달렸다.

 이 모태펀드는 지난해 7월 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에서 1조원 자금 조성이 처음 거론돼, 12월 31일 1조원 모태펀드 설립 근거를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4월 1일 본격 시행됐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만들어진 모태펀드에 대해 모두가 감놔라 배놔라 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벤처에 관계된 사람들은 더더욱 그 구구한 잡음의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경실련의 쓴소리를 새겨 보면 중기청이 잡음에 휩싸인 이유가 자명해진다.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중기청장의 전담기관 운용방침 기자 설명회에서도 나온 ‘분명한 원칙’과 ‘투명성’이다. 중기청이 만회해야 할 부분이다.

 경제과학부 이재구부장@전자신문,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