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재도약을 꿈꾼다](2)지역균형발전과 e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자상거래 시도별 종사자 분포 현황(2002년)

정부의 심각한 골칫거리중 하나는 ‘지역간 불균형’이다.

 이는 e비즈니스 산업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e비즈니스 산업에서의 불균형은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e비즈니스’라는 것이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황=통계청의 ‘2002년 전자상거래 분야 전국 시도별 종사자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종사자의 67.9%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수치는 비율적으로 그 다음 시도인 경기(7.7%), 부산(7.5%) 등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충북(0.3%)·충남(0.6%)·전남(0.3%)·경남(0.5%)·제주도(0.1%) 등과는 비교가 안 된다.

 실제로 e비즈니스가 신 산업분야로 초기 창업자금이 막대하게 들어가지 않는데도 주요 e마켓플레이스(B2B) 또는 인터넷쇼핑몰(B2C) 가운데 지방에 본거지를 둔 곳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2000년부터 펼치고 있는 업종별 B2B 네트워크 구축사업 주관사 역시 대부분 서울을 거점으로 두고 있다.

 ◇지역간 격차 왜 발생하나=e비즈니스 산업의 태생적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e비즈니스 산업은 1990년대 중반 개화해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시기를 지나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 서울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벤처기업들은 e비즈니스를 ‘인터넷’과 함께 창업의 핵심아이템으로 골랐으며, 이들이 서로 경쟁하며 e비즈니스 산업을 키웠다. 이에 반해 지방에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정보 그리고 뒤떨어지는 인프라 등으로 e비즈니스 활동에 한계를 보인 것이다.

 중앙 정부의 지원이 수도권 기업에 많이 돌아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 기업들이 빠른 정보를 바탕으로 혜택을 독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 △소기업 네트워크화 사업 △업종별 B2B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지자체의 e비즈니스에 대한 인식 부족도 영향이 크다. 특히 정보력이 취약한 지역 기업들에게 e비즈니스화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전자상거래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 대부분이 e비즈니스 전담 부서를 두고 있지 않으며 e비즈니스 산업 담당자도 다른 업무를 함께 맡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역 e비즈니스화를 위한 예산이 최근 수년간 계속 축소된 것도 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지방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 예산은 2003년 50억원에서 지난해(35억원)와 올해(30억원) 계속 축소됐으며, 이 여파로 ECRC 사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지역 ECRC의 한 관계자는 “ECRC가 설립된 지 수년이 지나면서 고정사업만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산이 축소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안은 없나=인식전환이 가장 시급하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e비즈니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단 지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송태의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상무는 “지방 행정기관 상당수의 e비즈니스 수준이 아직 초기단계에 그치고 있다”며 “전자문서가 종이문서를 대체하는 시대가 온 만큼 지자체에서 지역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전자문서 활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춰 ECRC 기능의 전면 재검토도 거론된다. 특히 지역의 e비즈니스 활성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ECRC의 정책이 이들 타 정책들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ECRC가 지자체, 지역 중소기업청 및 e비즈니스 유관단체 등과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정책들이 따로따로 움직인다는 점”이라며 “ECRC가 지역을 살리는 정책들과 연계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별기획팀> 팀장=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지역 e비즈 활성화 방안 

 “기업 경영혁신 등을 위해 전자사원관리시스템(ERP) 등 e비즈니스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지만 수준은 아직까지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인터넷 유통시장은 여전히 대기업·서울 소재 기업 중심이다.”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와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이 내 뱉는 푸념이다.

 최근 한 지역 상공회의소가 해당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e비즈니스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67%가 한 개 이상의 e비즈니스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를 통한 매출 기여도는 ‘목표수준에 미달하거나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응답이 62%에 달해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일선 기업들이 잇따라 e비즈니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추가 비용 부담과 표준화 미비 등으로 정작 기업 내부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 과장은 “규모 있는 업체의 경우 정보화 전담 인력이 있지만 50인 이하의 지방 중소업체의 경우 여력이 없는 데다 이직이 많아 시스템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의 경우 e비즈니스 시스템의 구축지원하는 데만 집중돼 있다”며 “자칫 애물단지로 남게 될지도 모르는 e비즈니스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후관리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대기업 및 수도권 편중현상도 지역 e비즈니스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 약 3만여개 가운데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매출의 8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터넷 시장의 대기업 편중현상이 심각하다.

 지역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일부 운영자는 인터넷 쇼핑몰에 아예 사무실 연락처를 적어놓지 않았다. 이유는 주소나 전화번호를 적어 놓으면 지방 소재 소재 쇼핑몰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구매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지역과 국경을 초월한다고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람들에게 박혀 있는 브랜드 인지도와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까지 더 큰 구매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와 관련, e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소규모·지방 인터넷 쇼핑몰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산하기관 및 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e트러스트나 e프라이버시, i세이프마크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고

-지역 e비즈니스 활성화

-심상렬 광운대 교수(ECRC운영위원장) 

 디지털경제 및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 향상 및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 및 e비즈니스 활성화를 통한 경제활동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가 매우 시급하다.

 그동안 정부는 전자상거래 관련 법 제도 정비 및 인프라 확충, 산업의 e비즈니스 가속화 그리고 글로벌화 등을 적극 추진해 왔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청 및 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지역 전자상거래 활성화 관련 협의기구로서 지역 전자상거래정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산업자원부가 설립한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는 산·학·연·관 연계의 지역거점으로서 e비즈니스 활성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7년 수도권 3개 기관을 시작으로 2005년 4월 현재 26개의 ECRC가 전국 16개 시·도에 분산 지정돼 있다. 이들은 전자상거래 및 e비즈니스 관련 교육·컨설팅·산학협력·특화사업 등 기업체 정보화와 지역 e비즈니스 진흥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지역협력 네트워크의 구축과 활용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ECRC 예산 제약과 함께 B2B 시범사업,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 소기업 네트워크화사업 등 중앙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 및 지방정부의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들이 ECRC와는 별개로 진행되면서 각 지역의 ECRC와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추진에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전자상거래정책협의회와 ECRC를 축으로 하는 지역협력 네트워크도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협력 네트워크는 지역혁신체제 또는 산업클러스터의 구축과 연계되거나 그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정책협의가 필요하며, 지역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지역중소기업·지역대학·연구기관·유관기관들 간의 협력과 역할분담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현재 유명무실한 경우가 대부분인 지역 전자상거래정책협의회의 운영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ECRC의 기능과 역할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해 철저한 성과평가 및 대응투자 규모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되, 매년 일정비율을 탈락시켜 장기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별로 1∼2개 정도로 정예화해야 한다.

 지역협력 네트워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산·학·연·관 협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e비즈니스대학협의회 참여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대학과 기업 간의 e비즈니스인턴제도 운영에 대한 정부지원, e비즈니스 관련 학회와 ECRC 제휴, 전자상거래 관련 자격증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ECRC 및 지역 기업 공동의 인력활용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e비즈니스 담당 전담 보직을 만들어 지역 특성에 맞는 e비즈니스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촉진하고, 지역협력 네트워크 역량 강화 및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srshim@daisy.kw.ac.kr

사진: 지역간 e비즈니스 격차 해소를 위해 설립된 ECRC 정책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역 e비즈니스 관계자를 초청한 가운데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열렸던 ‘지역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ECRC 세미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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