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DSL` 사라지나

 네이키드(naked)란 벌거벗었다는 뜻이지만 통신업계 용어인 ‘네이키드 DSL’이란 말에는 선정적인 뜻이 전혀 없다. 전화선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접속중 전화서비스가 없는 것을 뜻한다.

 이 네이키드 DSL이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결정에 따라 ‘옷’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FCC는 통신회사가 전화서비스 없이 DSL서비스만 원하는 고객에게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판매할 의무를 없앴다. 전화서비스와 묶어 제공되면 소비자는 ‘옷’ 값도 내야 한다. 필요치 않은 전화서비스 요금을 월 11달러 정도 더 내야 한다.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인터넷 전화 업체와 휴대전화 사업자에게도 불리한 결정이다. 유선전화를 끊고 휴대폰만 이용하는 고객들도 있겠지만 DSL 접속을 원한다면 유선전화를 끊지 못할 것이다.

 광대역 인터넷 접속 시장이 경쟁적이고 활기가 넘치면 FCC 결정은 별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쓸 만한 광대역 서비스는 한두 업체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번에 FCC에 강력히 로비해 뜻을 이룬 전화회사들은 광대역 고객에게 전화서비스도 강제로 묶어서 가입시킬 수 있게 됐다.

 DSL에 ‘옷’을 입힌 이 결정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전화서비스 가입자에게 DSL 회선을 무료 제공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은 전혀 없다. 전화와 DSL 두 제품을 반드시 함께 구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경제적 이유는 없는 것이다. 사실 이번 FCC 결정의 유일한 목적은 시내전화회사들이 누리는 짭짤한 독점을 연장시키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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