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 심장부인 시부야나 아키하바라 등지에서 ‘한게임’이나 ‘마비노기’와 관련된 대규모 이벤트가 벌어지고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우리 게임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막 온라인 게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일본에서 우리 게임사들이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첫번째 과제가 콘솔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을 어떻게 PC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느냐의 문제다.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아직 콘솔이나 아케이드 시장에 비해 절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개척 가능성도 높지만 유저들이 PC 플랫폼에 갖고 있는 장벽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엔씨재팬의 유이치 오치 ‘리니지2’ 팀장은 “일본은 아직 커뮤니티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데다 콘솔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이 PC의 키보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콘솔 패드로 ‘리니지2’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로컬라이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단순히 텍스트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수준의 현지화 노력으로는 일본 유저들의 마음을 온라인 게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것. 인터페이스에서부터 캐릭터 디자인, 게임 스토리 등에서도 일본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기획이 필요하다.
NHN재팬의 전략기획실의 마키 이노마타씨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마작’ ‘빠친코’ 등이 한게임의 주력 콘텐츠”라며 “‘한게임’이 단기간에 높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세심한 곳까지 하나하나 일본 유저들의 취향에 맞게 서비스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게임사들의 추격을 어떻게 따돌리느냐도 관건이다. ‘파이널판타지 온라인’ ‘크로스게이트’ 등의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는 스퀘어에닉스는 지난 회계 분기에 세계 각지에서 약 1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이제 일본업체들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증거. 실제로 올해 일본에는 세가, 남코 등 굴지의 게임사들이 잇따라 온라인 게임을 발표할 예정이며 콘솔 게임도 대부분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어 온라인 시장을 놓고 어느때 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현재 일본에 보급된 PC 하드웨어의 스펙이 국내에 비해 열악해 이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리니지2’가 일본 시장에서 당초 기대 보다 반응이 뜨겁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하드웨어 스펙 문제였다는 점은 최근 3D 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써니YNK의 박기원 지사장은 “‘한게임’이 일본 게임포털 분야에서 1등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5년동안 꾸준한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넓혀나갔기 때문”이라며 “일본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실시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NHN재팬은 최근 인력 충원과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만도 지난해 두배가 넘는 600억원대. 일본 주식 시장 상장까지 거론되고 있는 NHN재팬의 수장 천양현(38) 대표를 만나 일본 시장 개척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NHN재팬의 성장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서비스를 철저히 현지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60여개의 게임 중 80%의 게임이 한국에서 개발해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일본 한게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도 ‘마작’ ‘파친코’ 등 한국에는 없는 게임들이다.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일본 온라인 게임시장은 지난해 약 16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약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NHN재팬, 그라비티, 넥슨재팬, 엔씨재팬 등 한국의 주요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 비디오 게임 업체인 소니, 세가, 마이크로소포트, 스퀘어 에닉스 등이 온라인 게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시장의 독특한 점을 꼽으면
▲처음 한게임과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한 2000년 당시에는 온라인 인프라가 열악하고 이용인구도 작아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콘솔이나 아케이드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을 어떻게 게임포털로 유인할 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직 일본 전체 게임 시장에서 게임 포털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작고, 일본 한게임, 야후게임, Infoseek 게임 정도만 게임 포털로 구분되는 실정이다.
<일본=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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