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원클릭, 세이클럽으로 이어진 성공신화를 일으킨 인터넷비즈니스의 귀재 나성균(34)씨가 네오위즈의 신임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의 복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포털 진출 등으로 갈수록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네오위즈호의 새로운 약진을 위해 신임 선장인 그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잇따른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병역특례 문제로 뒤늦게 군대를 가며 이미지를 구긴 그의 자존심 회복 여부도 달려 있다. 그래서 최근 인터넷 업계에서는 나 사장이 내밀 새로운 카드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뜻밖에도 경영복귀와 함께 첫 공식 자리에 나선 나 대표가 내놓은 카드는 ‘게임’이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귀재로 통하는 나 사장이 게임 시장에서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원클릭에서 세이클럽까지
나 사장이 인터넷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원클릭’이라는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기를 모으면서부터. 2000년에는 연간 300억원이 넘는 매출액과 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벤처스타 대열에 올랐다.
‘원클릭’에 이어 나 사장은 연타석 홈런에 도전했다. 채팅 커뮤니티 ‘세이클럽’을 론칭, 쟁쟁한 인터넷업체의 공세에도 최고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만드는가 하면 아바타를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로 네오위즈의 견고한 수익 기반까지 다져놓았다. 세이클럽의 부분 유료화 모델은 이후 한게임 등 국내 인터넷 업계의 표준 수익 모델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이를 계기로 나 사장은 성공을 빚어내는 미다스의 손으로 대내외적 공인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즈음 병역특례 문제를 놓고 병무청과 마찰이 빚어지면서 그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까지 받게 된 것. 나 사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그의 명예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네오위즈 수장의 자리를 후배 박진환 사장한테 넘기고 초라하게 군복무에 들어가야 했다.
이후 4년이 넘게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업계에서는 나 사장이 잠적했다는 이야기부터 네오위즈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이 기간, 나 사장은 아마 와신상담이란 단어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불편했던 양쪽 다리 수술까지 받고 여유가 날 때는 못읽던 책까지 읽어가며 미래를 준비했다. 바로 ‘세이클럽’의 다음을 그렸던 것. 그리고 2005년 3월 복귀와 함께 꺼낸 든 그의 카드는 게임이었다.
“피인수ㆍ합병설 등이 나올 때면 주가가 오르니 감사하는 측면도 있지만 회사를 매물로 내놨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를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군복무 관련 공백기인 지난 4년간 아픈 양쪽 다리의 수술을 받고 운동과 휴식을 통해 건강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또 독서와 여행 등으로 부족했던 소양도 기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 네오위즈 제2의 도약을 위해
인터넷 업계는 시시각각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세이클럽’으로 최고의 커뮤니티를 구축했던 네오위즈도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명도가 많이 약화됐다. 나 사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도 어느때 보다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하고, 역량에 맞는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5년은 네오위즈의 포털사업이나 게임사업이 해외로 확장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안으로는 대작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준비하고 밖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죠. 경영상의 중요 결정을 위해 최대주주의 책임경영과 스피드경영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네오위즈는 2005년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경영 비전을 수립했다. 글로벌 경영이라는 비전 아래 핵심 아이템은 게임으로 설정했다. 네오위즈가 가장 잘 알고 자신감 있게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지다
나 사장이 복귀와 함께 게임이라는 화두를 던지자 주변의 평가는 엇갈렸다. 게임 시장은 최근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기업들의 잇따른 참여로 경쟁 가열되고 시장도 성숙돼 투자 대비 효과가 크게 낮아진 것이 현실. 당연히 네오위즈의 전략에 의구심을 던질만하다.
“ ‘피망’을 론칭할 때도 게임포털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황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네오위즈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와 시장에 대한 발빠른 대응 등으로 단기간에 게임 포털 선두군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것이 네오위즈 경쟁력이라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오위즈는 무한경쟁 구도의 인터넷 시장에서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며 시장을 주도해온 대표적 업체다.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면 항상 주변에서 무모하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유저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찾아내 긁어주며 성공을 이뤄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세이클럽’의 아바타란 수익모델이다. 당시는 인터넷이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네오위즈의 시도가 후발업체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임사업에 진출할 때도 주변의 반응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당시 1등을 하고 있는 게임포털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게임에 뛰어드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었다. 이같은 우려가 팽배했지만 네오위즈는 ‘세이클럽’의 유료화와 ‘피망’의 론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시장 트렌드를 읽는 남다른 감각과 유저들의 입맛을 딱 맞춰내는 기획력이 네오위즈의 최대 강점이다.
# 파트너십 경영의 확대
“올 해 게임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함께 하고 싶은 어떤 회사와도 손잡고 갈 의향이 있습니다. 제휴, 투자 뿐만 아니라 상호간 어떤 형태의 비즈니스 가능성에도 모두 문호를 열어 놓을 계획입니다. 네오위즈는 파트너사와 함께 윈윈해 우리 뿐 아니라 파트너사의 가치도 높여주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나 사장의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파트너십 전략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원클릭시절부터 은행, 신문사, 증권회사 등 150여개의 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파트너들과의 조화 속에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제휴 비즈니스를 펼치다 보면 갖가지 잡음도 나올 법한데 네오위즈는 달랐다. 이쯤되면 나 사장을 파트너십 경영의 귀재라 부를 만하다.
“지금까지 네오위즈의 역사가 인터넷 산업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검증을 거친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네오위즈의 역사는 한 발 앞선 노하우와 사업모델을 집결시켜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경영 일선을 떠나 있었던 지난 몇 해 동안, 한 발짝 물러서 있다보니 인터넷 시장의 큰 숲을 보게 됐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시작의 설레임과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학력
■ 서울대 경영학과
■ KAIST 경영과학 대학원
경력
■ 1997년 네오위즈 창립
■ 2001년 네오위즈 CEO 사임
■ 2005년 네오위즈 CEO 복귀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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