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talk]WIPI 활성화를 위한 제언

WIPI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도 3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표준화 과정부터 미국과의 통상마찰까지 쉽지 않은 길을 지나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하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있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WIPI 탑재 단말기가 이미 200만 대를 넘어 섰고, 4월부터 보급되는 모든 단말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만큼 중간점검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쟁점에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통신사 간에도 입장이 조금씩 다르고 솔루션사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이한 입장들 사이에서 콘텐츠를 직접 개발해야 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도입 전부터 우려했던 ‘또 하나의 플랫폼’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호환성(interoperability)을 높이자는 WIPI도입의 근본취지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플랫폼의 통합과정에서 생기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있어서는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한 편에서는 WIPI로의 조속한 통합을 위해 향후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는 WIPI만 탑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상 WIPI 단말기 보급대수가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콘텐츠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WIPI 콘텐츠를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모바일 컨텐츠시장에서 2, 3년 앞을 바라보면 살아남기 어렵다고들 한다. 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CP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WIPI만 탑재되는 단말기가 출시되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수익성도 없는 ‘또 하나의 플랫폼’을 위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현재 계획처럼 순조롭게 진행돼 1000만 대를 넘어선다면 얘기는 다르다. 그 때는 누가 나서서 말려도 자발적으로 WIPI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다.

콘텐츠가 적어서 WIPI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핵심을 외면한 논리다. WIPI만 탑재하는 단말기가 출시되면 그 단말기를 사용하는 유저는 당연히 불만을 가질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어떤 플랫폼에서 구동되는지는 관심 없다. 그저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가 많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WIPI 콘텐츠 보급이 활발해 질 때까지 기존 플랫폼을 병행해서 탑재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WIPI의 활성화는 콘텐츠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말기를 이른 시일 내에 시장에 보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수익성 없는 콘텐츠 개발에 매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능하면 시장 논리에 맡기고 정 여의치 않다면 콘텐츠 개발지원금과 같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WIPI 도입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나,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해 CP의 힘 만으로는 벅찬 것이 현실이다. WIPI 컨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기대한다.

<한국모바일게임산업 오성민 협회장 smoh@naz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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