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3개 문화산업 관련 진흥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함께 통과시키기로 의견 접근을 본 것은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법률 제정 방식 및 일정 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우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게임산업진흥법·음악산업진흥법·영화산업진흥법 등 3개 법률의 제정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또 개별적으로 통과될 경우 본래 법률 제정 취지와 달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음비게법을 대체해 영역별 중심의 진흥 법률을 제정하는 이 작업은 지난해 시작됐으나 정부와 국회 간, 또는 유관기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입법 일정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특히 게임산업진흥법안의 경우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제정 일정이 불투명해져 3개 법률안 동시 통과는 꿈조차 꾸지 못할 지경이었다.
◇추진 배경=정부와 국회가 3개 문화산업진흥법의 동시 통과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법률과의 상충 가능성 때문이다. 3개 법이 완전히 새로운 법률이 아니라 기존 음비게법을 분할·대체한다. 동시에 통과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음비게법을 그대로 존치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법률의 공백과 중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음비게법 폐지와 동시에 3개 법률을 공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이번에 일부 법률의 제정 작업이 늦어지더라도 동시에 통과시키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동시 통과 효과=정부와 국회가 동시 통과라는 카드에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횡보를 거듭해온 3개 법률의 제정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곽영진 문화부 문화산업국장은 “동시 통과는 3개 법률이 공동 운명체로서 한 배를 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타 법률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작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등이 잇따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별개의 3개 안(의원 입법 2개, 정부안 1개)이 진행중인 게임산업진흥법안 등에 대한 통합·조정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화부는 3개 법률을 동시에 공포할 경우 참여정부가 천명한 문화산업 육성 슬로건의 극적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은 과제=그러나 문화산업계에서는 자칫 일정에 쫓겨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법률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특별한 현안이 없는 영화산업진흥법과 음악산업진흥법의 경우 9월 통과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게임산업진흥법은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이 별도로 추진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따라서 동시 통과라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법률안 통합작업을 벌이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추진중인 게임산업진흥법안은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많다”며 “이러한 비판을 불식하고 9월 통과 일정에 맞추려면 빠듯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9월 동시 통과를 이뤄내고 졸속 통과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네 달 동안 정부와 국회가 손발을 맞춰 신속하게 법률 제정 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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