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광산업과 광주과기원

광산업은 통신·정보·정밀기계·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천 기술 산업이다. 특히 광산업의 발전 없이는 미래 정보화 사회의 실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중요성은 높다. 광산업은 기초 및 고급기술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R&D)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이다. 그러면서도 중소·벤처기업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원재료나 인건비 등의 비중이 낮고 기술정도에 따라 부가가치의 극대화가 가능한 지식기반 산업이기도 하다.

 광주시가 지난 2000년부터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해 광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도 실은 이 같은 광산업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현재 광주지역은 광산업 육성 및 집적화 1단계를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산업 클러스터가 광주첨단산업단지에 조성돼 있다. 또 한국광기술원과 광주과기원 부설 고등광기술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연구센터, 한국광산업진흥회 등 연구소 및 지원기관이 들어서고 광산업체가 190개로 늘어나는 등 광주에는 광산업 관련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시는 올해부터 4년간 추진하는 광산업 육성 2단계를 맞아 광통신 부품과 발광다이오드(LED) 등 차세대 광반도체, 광산업클러스터 등 3대 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10년 광산업 매출 3조원, 고용 1만명의 외형적인 성장을 거둬 빛고을 광주를 세계 광산업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광산업의 허브’로 육성해 나간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이 같은 청사진에 필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광주 광산업계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당연히 전문인력의 부재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03년 기준으로 주요 도시의 R&D 여건을 살펴본 결과, 광주의 연구인력은 전국의 2.4% 수준이며 연구기관과 연구비도 전국대비 1.5% 이하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광주과기원 등 지역 대학에서 배출된 석박사의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때마침 국토균형발전과 과학영재 유출 방지의 대안으로 광주과기원에 학부를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광주전자·기아자동차광주공장·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광주지역대기업협의회는 인재들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광주과기원에 학부가 설치돼야 한다며 지난해 말 시에 적극 추진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광주시는 과학고-대학-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이공계 연계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며 광주과기원에 학부가 개설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지역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에 지자체가 재빨리 귀를 기울인 좋은 사례로 여겨지며, 필자 또한 광주과기원에 학부가 시급히 개설돼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사실 전문인력 수급은 광산업 같은 중소·벤처기업에서 더 심각한 문제다. 대부분 설립 4∼5년을 맞는 광산업체는 최근 시장회복과 맞물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가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수도권 및 해외에서 전문인력을 데려오기에는 아직까지 업체들의 역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방인재를 키워 국가균형발전을 꾀하려는 정부의 지방육성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광주가 세계적인 광산업 도시가 되려면 광산업의 제조, 설계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전문기술 및 기능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인력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해결방안의 하나가 광주과기원에 학사과정을 개설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부개설 문제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광주과기원을 방문했을 때부터 광주과기원이 건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기에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부처가 긍정적인 결론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김국웅 광산업발전협의회장 kku@woor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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