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뜨면, 온 몸이 털로 뒤덮이고 긴 손톱과 발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존재가 언덕 위에서 힘차게 울부 짖는다. 달의 기운을 받아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짐승과 인간을 물어 뜯어 자신의 ‘병’을 오염시킨다.
그러다 밤이 지나면 다시 벌거벗은 인간으로 되돌아 오는데 그 자신은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바로 늑대 인간의 이야기다. 늑대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가장 가까이 느껴지는 몬스터이며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괴물이다.
늑대 인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양 눈썹이 서로 붙었고 손톱이 동물의 발톱과 같으며 약간 뾰족한 작은 귀, 손바닥에 털이 나 있다. 또 두 손의 세 번째 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과 같거나 길다.
늑대 인간이 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중세 시대에 틸버리의 저바스라는 목사는 보름달이 뜬 밤에 벌거벗고 모래사장에서 대굴대굴 구르면 변신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늑대 인간에게 공격을 받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 대상도 늑대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사실이다. 저주에 의한 내용도 있어, 아일랜드에서는 신앙심의 부족으로 성 패트릭의 노여움을 산 한 집안 식구 전부가 성자의 저주를 받아 7년마다 한 번씩 늑대인간으로 변했다고 한다.
늑대 인간을 처단하는 방법은 은으로 만든 총알을 쏘는 것이다. 은 탄환은 교회의 십자가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성스러운 은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늑대 인간을 ‘가루가루’라 부르며 그것이 늑대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그 피를 세 방울만 빼내면 죽일 수 있다고 전해 내려온다.늑대 인간은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기록인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길가메시왕은 엔키두라는 털복숭이 인간을 친구로 두고 있었는데 그는 인간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인간이 늑대로 변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르카디아의 왕 리카온이 제우스의 분노를 사 늑대가 되고 말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아르카디아에서 출생한 늑대 인간 다마스커스가 올림픽에 출전해 복싱 챔피언이 됐다는 내용이 있다.
로마의 건국 신화는 늑대와 매우 친밀하다.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Romulus), 레무스(Remus) 쌍둥이 형제는 암늑대가 젖을 먹여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또 로마의 아르카디아 지방에는 늑대 숭배 의식이 있어서 리카에우리스 산에는 매년 사람의 고기를 섞은 제물을 준비해 제사를 지냈다.
이 제물을 먹은 사람은 늑대로 변신하고 9년 동안 인육을 먹지 말아야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 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마 시대에서는 늑대 인간에 대한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진 때였는데 주로 주문이나 약초를 사용하면 늑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로마의 국민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독초를 먹고 늑대가 된 마술사에 대한 시를 남기기도 했다.일반 서민의 삶이 궁핍했고 온갖 박해를 받았던 중세 시대에서 늑대 인간은 타 육식 동물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 받았다. 늑대 인간에게 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으며 1020년 영국에서 최초로 ‘Werewolf’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늑대 인간을 정확히 지칭하는 단어가 생겼다. ‘were’는 ‘man’의 의미가 있다. 1101년에는 폴로츠크의 이즈야슬라브비치 공작의 죽음이 늑대 인간의 습격 때문이었다는 기록까지 있다.
가장 최근에는 1382년 불가리아 터노보시에서 발생했던 괴이한 사건의 기록이 있다. 터노보시의 사람들은 보름달이 뜰 때 마다 도심 외각 숲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늑대의 울음 소리가 울려 공포에 사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괴짐승은 사슴이나 동물만 잡아 먹어 인간은 습격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나, 어느 날 이웃 도시에서 물건을 운반하던 상인이 공격을 당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상인은 늑대 인간이 됐고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기사들을 보내 늑대 인간을 찾아 사살하도록 명령했다.
기사들은 숲 속을 뒤진 끝에 은화살로 늑대 인간의 가슴을 관통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늑대 인간이 다시 사람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오래전에 도적에게 살해된 상인이라는 것을 알자, 시신을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처럼 중세 시대에서는 매우 정확하고 확실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늑대 인간에 대한 전설을 현실로 받아 들였다. 물론 위의 기록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현재 없다.늑대 인간이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양친의 성적인 범죄에 대한 벌이 아이에게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직자의 사생아가 늑대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는 중세에 은밀히 행해지던 성직자들의 불륜과 음란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또 크리스마스 이브나 부활절 전날 임신된 아이는 부정을 타 늑대 인간이 된다는 설도 있다.
현대의 위대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도 늑대 인간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1918년 프로이드는 “늑대 인간이라 함은 유아기 노이로제에 걸린 늑대 공포증 환자를 일컫는 일종의 병명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증례로 돈 많고 젊은 러시아인에 대한 정신 분석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 논문의 내용은 이렇다. 의미를 알지 못한 채 한 살 반에 목격하게 된 ‘최초 성교 장면’이 ‘거세’라는 의미를 알게 된 세 살 반에서 네 살 사이에 ‘늑대 그림’ 및 늑대와 관련된 동화들에 연결되어 노이로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전설의 늑대 인간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늑대 인간을 과학적 의학적으로 정의를 내린 최초의 시도였다.
늑대 인간은 공포스럽지만 흥미있는 존재다. 나날이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현대인들이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자신이 늑대 인간이 된다고 하면 반갑지 않을 것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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