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세계화, 정보화, 기술혁신 등 환경변화에 따라 글로벌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동북아는 유럽, 북미와 더불어 세계 경제의 3대 중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 경제가 첨단 기술력과 거대한 시장을 갖춘 동북아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특히 동북아 3국 중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경제 중심축의 핵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의 GDP가 2000년 1조7900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미국(14조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의 2.4배 수준인 12조달러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가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우리에게도 기회이면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기술력 성장은 무서울 정도다. 얼마 전 산업은행이 한·중 간 기술격차를 3.8년으로 발표했으나 최근 과학기술부가 국회 미래전략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한국의 미래산업 전망과 정부의 대응방향’ 보고서를 보면 99개 핵심 기술의 한·중 기술격차가 2.1년에 불과하다. 중국의 기술력 추격이 한국의 발 밑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우리 자체의 평가다. 1∼2년 후면 일부 핵심분야에서 한·중 간 기술역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경보이기도 하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CTIA와이어리스 쇼를 참관하면서 중국의 발전상을 모니터해온 필자는 이것이 현실로 느껴진다. 올해에도 중국의 화웨이는 이 전시회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해 모든 기술력을 선보였다. NGN개념의 BcN장비뿐만 아니라 cdma 2000-1X, EVDO, WCDMA, HSDPA, TD-SCDMA 장비와 이에 대응하는 단말기까지 선보이는 등 현재까지 정의되는 모든 유무선 장비기술을 보유했음을 보여줬다. 화웨이는 여기에다 앞으로 2∼3년 내 유무선 통신장비시장에서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공언까지했다.
정보통신산업 측면에서 중국을 보자. 우리나라가 1980년대의 TDX 전자교환기, 1990년대의 CDMA 이동통신기술 개발로 세계 선두권에 진입했으나 내수시장 포화에다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 열세로 성장이 정지되는 동안 중국은 빠른 속도로 ‘무역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정책으로 외국 장비를 사주면서 꾸준히 기술을 습득, 연구개발에 주력해 2000년대에 거의 우리를 추월하는 상황이다. 설계, 기술·제품 개발력, 생산, 품질 등 전체 통신기기산업의 기술경쟁력은 중국이 우리에게 뒤떨어지지만 최종 제품 판매력에서는 우리보다 낫다. 전자교환기, BcN장비, 광전송장비, CDMA 이동통신장비 등은 우리와 기술수준이 비슷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이 우세하다. 다만 이동통신단말기 분야에서는 아직 우리가 우세한 입장이나 대체로 2년 미만의 기술격차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중국 내의 막대한 수요(2004년 말 현재 유선전화가입자 3억1000만회선, 이동전화가입자 3억4000만회선) 증가에 기인한다.
중국의 위협적인 기술추격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분명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관련기관이 합동으로 차세대 광대역 네트워크(BcN·MSPP)장비, 휴대형 초고속 인터넷 장비, 4세대 이동통신망장비 등 국가 성장동력에 해당하는 신기술을 차질없이 연구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해 우리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관성 있는 연구개발 정책, 차세대 첨단기술 개발, 국가적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도 먼저 중국으로부터 민·관 합동추진체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배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동통신 단말기 분야를 더욱 다양하고 고가화하는 노력과 동시에 차세대 단말기인 휴대형 초고속 인터넷 단말기, 4세대 이동통신단말기의 핵심기술 확보와 국제 표준화 반영에 의한 신제품시장 선점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박항구 한국공학한림원장 hgb@soams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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