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제국 P&G·데이브스 다이어·프레더릭 댈즐 지음·권오열 옮김·기획출판 거름 펴냄
팬틴, 비달사순, 프링글스, 헤드 앤 숄더, 위스퍼, 페브리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고 일상에서 접해봤을 법한 낯익은 소비재 브랜드다. 하지만 이 유명한 브랜드들이 모두 한 기업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하나도 성공적으로 키우기 어렵다는 브랜드 시장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강력한 브랜드들을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 제국, P&G(프록터 앤 갬블)가 바로 이 브랜드들의 모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브랜드의 흥망이 거듭되는 초스피드시대에서 여전히 브랜드 제국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는 P&G는 모든 기업의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또 P&G가 창조해낸 수많은 브랜드는 오늘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G의 놀라운 성장의 자세한 뒷이야기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었다.
이 책은 1837년 윌리엄 프록터와 제임스 갬블이 비누와 양초를 만들어 팔던 조그만 제조회사를 어떻게 400억달러 규모의 거대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닦았는지, 그 168년의 긴 여정을 안내한다. 이 책은 시행착오를 통해 혹은 눈부신 성공을 통해 회사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요구를 예상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법을 배웠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P&G 기업의 기록과 주요 임원의 인터뷰를 토대로 P&G의 브랜드 구축 학습의 계기가 됐던 주요 사건과 에피소드를 재현했다. 아이보리, 타이드, 크레스트 등 거대 브랜드의 탄생과정과 올레스트라 같은 참담한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까지 소설과도 같은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려준다. 아울러 제품 혁신과 세계 시장 진출, 지도부 개편, 사업 개혁, 브랜드 구축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업 경영과 브랜드 전략의 지혜는 물론이고 깊은 교훈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문으로 구성됐다. 한 축은 100년이 넘는 기간, P&G가 이뤄온 발전의 전과정이고 또 하나의 축은 그 성공 요인이 무엇이었는가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총 4부에 걸쳐 P&G의 역사를 구성했다.
제 1부는 신시내티에서 창립한 시점부터 아이보리와 타이드라는 브랜드를 흥행시켰던 첫 100년의 시기다. 2부에서는 소비재 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남미, 서유럽, 일본 시장을 공략해 나가던 1945년부터 1980년까지를 조명했다. 3부에서는 위스퍼와 프링글스, 팬틴 샴푸를 앞세워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서던 1980년대를 다뤘고 마지막 4부에서는 중국, 러시아의 시장 개방과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 수많은 기회와 도전에 직면했던 1990년 이후 시기의 회사 전략을 살펴보았다.
P&G의 장구한 역사와 성공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성공의 원칙을 제시한다.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하라는 것과 혁신을 계속하라, 변화를 주도하고 깨끗한 경영을 하라, 브랜드 중심으로 경영하라는 것 등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원칙 자체만을 가지고 볼 때 브랜드 구축의 기본 원칙은 반드시 P&G에만 있던 것도 아니고 이 회사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습득하게 된 시점과 맥락, 방법 그리고 이런 원칙들이 서로 어떻게 짜여져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가 하는 점이 P&G라는 회사에 특별한 의미와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즉 P&G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얼마나 일관성 있게 이런 원칙을 전세계에서 실천하는가의 문제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힘들게 이룩한 성공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노련한 브랜드 기업의 각본에서 직접 뽑은, 소비자를 위해 보다 높은 가치를 창조하는 법을 알려주는 기업의 전략적인 지침서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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