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과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사장. 당대의 벤처 스타다. 이들은 우리한테 탁월한 경영능력 못지않게 아름다운 퇴장을 보여주었다.
정 전 회장은 벤처업계의 대부로 통했다. 그는 기업을 창업해 세계적인 업체로 키운 후 후배들에게 통째로 넘겨주었다. 기업은 능력있는 후배들이 운영해야 한다는 게 퇴임의 변이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2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과 대비되는 신선한 결단이었다.
보안전문가인 안 전 사장도 창업한 지 10년째인 올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모든 주주를 위한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고 큰 방향을 제시하는 일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몇 년만 더 지나면 노안으로 돋보기가 필요할 텐데 그 전에 대학원에 들어가 학생으로서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학박사인 그가 어떤 분야의 공부를 더 할지도 관심사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는 것이다. 온갖 욕심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진 걸 그냥 내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세상의 이치를 앞서 깨닫고 실천한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이별과의 동행이다. 손에 쥔 것도 언젠가는 버려야 하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인간은 만남의 주체이자 이별의 대상이다. 따라서 영원히 내 소유란 없다. 내 몸도 영원히 내 것은 아니다. 지위나 명예, 재산, 삶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대통령직도, 장관직도, 산골의 작은 마을 이장직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뒷모습이다. 퇴장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우면 보는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그 반대일 경우 추할 뿐더러 가문에 먹칠을 하게 된다. 최근 3개월 사이에 고위 공직자 4명이 줄 사퇴를 했다. 이들은 주변인사의 땅투기, 자녀 병역기피, 인사청탁 의혹 등이 제기돼 낙마하고 말았다. 장관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가문의 자랑이다.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능력과 인품 등에서 합격점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최근 잇따라 불명예스럽게 떠났다. 불행한 일이다.
후임 장관 인선을 놓고도 말이 많다. 일부에서는 “장관 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집안 망신까지 각오하며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고사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또 반우스갯소리로 “이러다간 장관직에 오를 사람은 처자식이 없는 스님과 신부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고 장관직을 없앨 수도 없다.
고위 공직자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공직자의 윤리 기준을 지금보다 명확히 하고 전문성·개혁성·도덕성·청렴도 등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 주변 인사에 대한 조사도 하고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엄격히 하는 일이다. 옛 속담에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검증시스템을 강화해도 인간의 속마음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누가 “당신은 죄나 문제가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분명하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죄나 도덕적 그물의 유무와 무관할 때 고위 공직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있다. 서경(書經)에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자신이 지은 죄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취업난 속의 장관 인선난.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새로운 고위 공직자상을 만들고 이들의 아름다운 퇴장을 보기 위해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순간에도 남풍을 불어 오고 개나리·산수유 등 봄꽃은 활짝 피고 있지 않은가.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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