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R&D시대가 열린다]대전·충청권-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준이 올라가면 생활이 즐거워집니다(Better Standards, Better Life!).’

 세계의 측정 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핵심 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이세경)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세경 원장은 “과거부터 측정 표준은 인간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척도 역할을 했다”며 “우리 나라 도량형 제도가 확립된 조선시대 세종 때부터 암행어사가 마패 외에 놋쇠로 만든 자(尺)인 유척을 가지고 다니며 지방 수령이 전정, 군정, 환곡 등을 속이지 못하도록 관리한 것도 그런 연유”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표준연이 무게와 거리 단위 외에도 최근 쏟아져 나오는 첨단 기술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핵심기관으로서 가치를 더해가는 것도 바로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80여개 측정표준 확립=표준연은 현재 180여개 분야의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있다.

 표준연이 보유한 자동차 배기가스 성분 분석 기술은 자동차 배기가스 중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프로판가스 등의 배출량을 측정하는 검사 장비를 시험하는 데 쓰이는 인증표준물질 제조 기술로 오차 범위가 0.1 % 이내다.

 표준연은 식품 속에 함유된 중금속 및 농약류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심장의 미세한 전류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장 신호를 측정, 심장 질환을 진단하는 자기심장검사 장치 등은 현재 연세의료원에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기의 밀도를 재정의하고, 직경 1m급 인공위성용 대구경 광학거울 개발을 통해 국산 인공위성 카메라 시대가 개막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또한 나노측정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3㎚ 수준의 반도체 두께 측정용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해 삼성과 현대 등 반도체 생산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표준연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진 새로운 공기밀도는 1969년 이후 35년 만에 새롭게 밝혀진 것이며 공기 부력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정밀 질량 측정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

 직경 1m급 초정밀 비구면 광학거울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비구면 광학거울 중에서 직경이 가장 큰 것으로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우주용보다는 지상용으로 현재 상용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박막두께 인증표준물질은 반도체 공장의 생산라인에 설치돼 있는 타원 해석기의 교정에 사용되는 기준 물질로 미국의 표준기관인 NIST에서 전 세계로 보급하고 있는 10∼200㎚수준의 인증표준물질보다 3배 정도 더 얇은 3∼6㎚의 다양한 두께를 구현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반도체 산화막의 두께는 3∼6㎚수준. 256M D램 이상의 고집적 메모리 생산을 위해서는 두께가 5㎚ 이하인 초미세 산화박막에 대한 절대기준인 인증표준물질과 비파괴적 초정밀 측정기술이 필요하다. 개발된 박막두께 인증표준물질은 각종 반도체 박막의 정확한 두께 및 굴절률 측정용으로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 및 현대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를 겨냥한 나노 바이오 측정제어 신기술 융합기술과 양자 측정 및 제어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속의 우리 표준기술=표준연은 180여개 분야에서 측정표준의 올림픽에 해당하는 핵심측정표준 국제 비교(KC)에 참여, 세계 7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표준연은 지난해 일본의 표준기관인 측정표준연구소(NMIJ)에 길이, 유량, 무기분석, 광도 및 복사도 등 4개 측정분야의 전문 연구원을 파견했다. 표준기관의 측정능력을 검증하는 피어 리뷰(전문가 평가)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다.

 수출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심장의 미세한 전류에 의해 발생되는 자기장 신호를 측정해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장치인 자기심장검사장치를 대만국립사범대학에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 해 3월에는 카자흐스탄에 국가표준기급 각도 표준기를 수출했다.

 측정 장비의 교정과 측정기기의 신뢰도를 평가해주는 인증표준 물질의 해외 공급 건수는 지난해 118건으로 2003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최근에는 지진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봤던 스리랑카에 측정교정장비를 무상으로 제공, 점검·수리하는 지원활동을 편 바 있다.

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터뷰-표준연 이세경 원장

 “연구성과를 경제적인 파급효과로 환산할 경우 총 투자 대비 12.8배인 81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세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58)은 지난 2003년 국제 전문 컨설팅 기관인 베어링 포인트에 의뢰했던 표준연의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내용을 소개하며 측정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1년에 50억달러를 수입하는 천연가스를 측정할 때 열량이 없는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1% 적게 측정하면 500억원이라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표준연이 이보다 정확한 0.1 %의 측정 불확도를 갖는 천연가스 인증표준물질(CRM)을 확보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 원장은 “수입량이 소량이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수천, 수만 톤을 수입하게 되면 손실금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측정표준 능력이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재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측정표준이 중요한 만큼 연구성과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다음달부터는 그동안 시행해온 목표관리 시스템을 성과경영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각 부서 및 연구그룹의 목표를 연구원의 미션과 효과적으로 연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고객중심의 경영을 통해 업무의 역량분산을 막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일반 기업체와는 달리 출연연이 조직 단위의 성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불명확하고 핵심성과에 대한 측정 및 평가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이 원장은 “전면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룹에서 맡고 있는 작은 업무들이 결국에는 연구원의 미션 달성을 위한 논리로 발굴되고 재구성될 것”이라며 “그러나 급격한 적용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적합한 대상 조직 및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창립 3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 이미지 변신과 21세기 초일류 선진연구기관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의 새로운 기업통합이미지(CI) 구축작업도 마쳤다.

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산업 속으로…현장 속으로…

 표준연은 지난해부터 ‘산업속으로-현장속으로’ 과감히 파고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구현하는 데 역점을 두고 경영혁신을 펴나가고 있다.

 성과경영시스템을 도입한 표준연은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국가표준기관’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연구 역량 선진화 △고객 및 파급효과 중심 연구 △성과 중심의 기관 운영 등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표준연은 올해부터 일련의 모든 업무를 ‘성과경영’이라는 커다란 틀에 맞추어 전개하고 있다.

 특히 측정기술을 산업체의 눈높이에 맞게 가공, 보완해 산업현장에 보급하기 위한 ‘산업측정 신뢰도 제고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질량, 온·습도, 압력, 힘 등 총 13가지 분야 클럽을 구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클럽에는 연구원, 산업체, 교정기관에서 100∼2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압력 클럽의 경우 표준연이 자체 개발한 현장 교정용 표준기를 사용해 11개 국가교정기관의 표준기를 순회 평가 및 정도 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몇 차례 측정클럽별 교류회를 통해 현장의 측정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한편 현장의 측정 애로사항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초·중·고생을 초청해 ‘측정 체험’ ‘연구실 견학’ ‘과학 퀴즈’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과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과학 에듀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현장 학습에 목말라 하는 초·중·고생들에게 잠시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심장부를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정기적인 초청견학 외에도 벽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학을 실생활과 더욱 가깝게 하기 위해 몸으로 나서는 표준연의 조그마한 노력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