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휴대폰·반도체와 함께 3대 수출 품목으로 호황을 구가하던 시절은 간 데 없고 생산은 중국에, 브랜드는 글로벌 업체에 밀리며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위기의 PC산업 돌파구는 없는지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PC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수요는 ‘게걸음’이고 해외에서는 ‘명함’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어두운 국내 PC산업의 현 주소는 주요 시장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수요는 지난 200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안타까울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 x86 서버를 합친 전체 시장 규모는 1999년 219만1000대에 이어 2000년 384만대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래 2002년 358만대, 작년 332만2000대에 그쳤다. 경기가 다소 풀리고 있는 올해는 소폭 성장해 347만대, 오는 2006년에는 364만대 정도로 예측되지만 2000년의 ‘화려한’ 수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노트북PC가 ‘자존심’을 지켜 주고 있다. 노트북PC는 2000년 39만3000대, 2002년 52만8000대, 작년 63만9000대에 이어 오는 2008년께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도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국내 PC 시장은 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경기불황 요인도 있지만 노트북PC가 데스크톱PC를 대체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한때 휴대폰·반도체와 함께 3대 IT 수출 품목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더욱이 작년(산업자원부 집계)에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3억75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국내 PC업체가 중국·브라질 등 해외 생산을 확대하고, 노트북PC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생산에서 중국·대만에 치이고, 브랜드에서 글로벌 업체에 밀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선진 PC업체는 빠르게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전환했지만 국내는 여전히 OEM과 ODM 등에 치중해 제대로 시장을 읽지 못했다. 당연히 연구개발과 제품 경쟁력 제고에도 소홀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주요 PC업체가 자가 브랜드 수출 목표를 작년에 비해 2배 이상씩 늘려 잡고 시장 개척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 5위에 도달한 삼보컴퓨터는 올해 노트북PC ‘에버라텍’ 수출 물량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00만대로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자체 브랜드로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내수경기도 점차 살아나면서 바짝 움츠렸던 PC 시장에 서서히 생기가 돌고 있다.
2005년은 PC업체에 새로운 분기점이다. 위기 이후 또 한 번의 기회를 맞게 된다. 이홍순 삼보컴퓨터 대표는 “올해 PC 시장은 내수와 수출 모두 상당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PC산업이 다시 IT산업의 주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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