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통신정책 `변화의 기류`

 정부가 통신시장에 대해 일관되게 견지해온 ‘비대칭 규제를 통한 유효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기조에 변화의 기류가 번지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네티즌과 가진 한 간담회에서 초고속인터넷 종량제 도입 검토, 일방적인 요금 인하 불가 방침과 함께 올해 비대칭 규제를 축소하겠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비대칭 규제를 적극 펼쳤던 지난해 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정통부는 지난해 장기증분원가방식(LRIC) 도입과 선후발 업체 간 접속료 및 주파수 사용료 차등화를 비롯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결합 서비스 조건부 허가 △가입자선로(LLU)제도 재정비 등 비대칭 규제 성격이 짙은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었다.

 정통부는 ‘확대 해석’에 대해 손사래를 쳤지만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이 왜 나왔는지 그 배경에 사업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규제완화, 투자유도로 전환(?)=참여 정부의 올해 정책목표는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 점에서 보면 진 장관의 발언은 투자여력이 있는 선발주자들을 북돋워 경기회복의 견인차로 삼겠다는 의중이 짙다. 업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당근(?)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분석한다.

 지난해에는 선·후발 사업자들의 수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접속료를 조정하는 등 비대칭 규제를 폈지만 올해는 명분이 없는만큼 굳이 나서서 자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초고속인터넷 망고도화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데다 소비자 차별까지 이뤄지는 현 정액제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정통부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정책기조였지 갑자기 변한 것은 아니다”면서 “접속료 산정은 2년마다 하는 것이어서 올해 해당사항이 없어 그런 언급이 나왔으며 초고속인터넷 요금제 개편은 정부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들 희비 엇갈려=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선·후발 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선발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LG통신그룹, 하나로텔레콤, KTF 등 후발사업자들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눈치다.

 이용경 KT 사장은 지난 11일 주총에서 “종량제에 대해 이미 정부와 공감대를 이뤘다”며 “네티즌을 설득하는 상황”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또 “매출대비 20%를 투자하는 통신기업은 단연 KT뿐”이라면서 “KT의 미래가치 향상을 위해 정책협력 등에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에 스스로 상한선(52.3%)을 둔 업체는 SK텔레콤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자율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발 사업자들은 종량제 도입 검토, 신중한 요금 인하 등의 발언을 환영하면서도 비대칭 규제 축소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며 진의 파악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KTF와 LG텔레콤 관계자들은 “원론적인 언급이지 유효경쟁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800MHz 주파수 독점에 따른 구조적인 경쟁제한 요소가 남아 있어 추가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측은 “유선시장에서의 KT 지배력은 이통시장의 SK텔레콤에 비해 더 강하다”면서 “정부는 비대칭 규제가 아니라 독점을 막고 후발업체들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에서 계속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발사업자들은 이처럼 자신의 요구사항을 비대칭 규제 축소와 별개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불안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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