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하기 위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의 경제부처 장관들과 지자체장들은 하나같이 세일즈 외교를 표방하며 해외 순방 때마다 굵직한 기업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한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예외가 아니다. 손 지사는 최근 외국 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미국의 유수 기업과 투자 상담을 나눴으며, 인텔의 R&D센터를 분당에 유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또 페어차일드와 투자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져, 이 회사 역시 R&D센터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에 무슨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인텔의 연구개발센터는 이미 2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것이고, 1년여 과정을 거쳐 이미 지난해 서울에 설립됐다. 손 지사가 이번에 성사시킨 것은 인텔의 또 다른 R&D센터가 아니라, 이미 있는 센터를 이전한다는 데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투자가 단행되는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던 인텔이 경기도 분당을 이사 대상의 하나로 올려 놓은 것이다.
페어차일드와의 투자상담도 마찬가지다.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6년 전 페어차일드에 매각된 회사다. 한국 반도체 및 삼성전자를 거쳐 30년 전부터 부천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왔다. 페어차일드는 이미 R&D의 상당 부분을 한국지사에 의존하며 투자를 단행해 왔다. 결국, 이 회사가 경기도 분당에 R&D센터를 세우게 된다면, 이것 역시 인텔의 R&D센터처럼 자리만 이전하는 것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자기 지역으로 타 지역의 R&D센터가 들어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보다 큰 의미에서 우리나라 전체에 실익이 얼마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자칫하면 원래 이사 계획이 있는 외국 업체들이 지자체를 이용, ‘이사비용’만 얻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또 동일한 내용이 여러 차례 언론에 부각됨으로써 마치 이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손 지사의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FPD 검사장비 생산업체 2곳이 경기도 평택에 2610만달러를 투자해 각각 생산공장을 설립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텔, 페어차일드 등 대형 업체들의 소식보다는 훨씬 실속 있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이사’ 같은 작은 일을 요란하게 포장하기보다, 실제로 고용을 창출하거나 후방 효과가 있는 알찬 내용이 더 많이 부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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