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신출내기 브라우저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익스플로러가 어떤 브라우저인가. 90년대 중반 철옹성에 가깝던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1년여 만에 제압하고 브라우저 왕좌를 쟁취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익스플로러가 출시 4개월째인 ‘파이어폭스(fire fox)’의 기세에 멈칫거린다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4.1%를 기록했던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두 달여 만인 2월 18일 현재 5.7%로 급상승했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이 기간에 91.8%에서 89.9%로 줄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도 이제는 익스플로러의 장래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진짜 관심사는 파이어폭스의 탄생 배경인 듯하다. 파이어폭스를 개발한 곳은 모질라라는 비영리재단(foundation). 모질라재단은 지난해 아메리카온라인(AOL)에서 분사한 넷스케이프 사업부가 주축이 돼 결성한 조직이다.
모질라재단 관계자들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가 익스플로러에 역전당한 직후인 98년부터 파이어폭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파이어폭스는 자존심 강했던 넷스케이프 개발자 출신들이 모여 만든, 이른바 와신상담형 브라우저인 셈이다.
95년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용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출내기 익스플로러를 윈도95 운용체계에 묶어 무차별 살포하는 방법으로 점유율 90%가 넘던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렸다. 이 여파로 당시 나스닥 최고주였던 개발사 넷스케이프커뮤니케이션스는 AOL에 인수됐고 결국은 지난해 AOL로부터도 팽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세계 IT업계에서는 지금 넷스케이프 출신들이 파이어폭스를 딛고 권토중래할 수 있을까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성급하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권불십년을 점치기도 한다. 골리앗(익스플로러)과 다윗(파이어폭스) 같은 현재의 관계가 10년 전 넷스케이프-익스플로러 상황과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건이 어디 브라우저 분야에서만 있을까. 자고 나면 무상해지는 IT 환경의 변화에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디지털문화부·서현진부장@전자신문, j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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