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국MS의 부끄러운 자화상

 한국MS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연이야 어떻든 CEO가 취임 1년 만에 갑작스럽게 다른 회사로 떠났기 때문이다. 한 우물파기 식 직장개념이 사라진 지 오랜 지금, 더 좋은 조건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흉이 아니라 능력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그러나 한국MS 사장의 자리이동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MS가 어떤 기업인가.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명문기업이다. 한 해 매출이 360억달러, 우리 돈으로 36조원에 달한다. 순익은 10조원에 육박한다. 회장인 빌 게이츠는 전 세계 청년들의 변함없는 우상이다. 그런 MS이기에 한국MS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MS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9개월 정도 사장 공백상태로 사업을 벌여왔다. 9개월여의 심사숙고가 1년 만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떠난 사람도, 남아 있는 사람도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이번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방한한 MS의 고위인사는 오히려 떠난 사장에 대해 능력있는 CEO라고 극찬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MS가 능력있다고 평가한 CEO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이번 사태의 원인이 MS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실제 MS의 한국시장 전략에 대한 국내 IT업계 종사자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뿐 아니다. 그간 한국MS를 이끌어 온 CEO들에게서 이 같은 분위기는 충분히 느껴진다. 한국MS CEO 중 마무리를 깔끔히 하고 떠난 CEO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한국MS의 사장이 참 어려운 자리였다’는 말로 그간 본사와의 갈등을 에둘러 이야기한다. 반대로 MS의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고울 리 없다. 지난해 한국MS 사장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가 미국 국적의 CEO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다.

 한국MS는 지난해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MS 전체 매출의 1.5% 수준이다. 여기에 본사의 직접 매출까지 포함한다면 한국에서의 실적은 다른 다국적 기업에 비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인터넷 인프라는 MS가 첨단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기에 앞서 진행하는 테스트베드로서 부족함이 없다. MS가 KT에 5억달러의 거금을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MS가 아무렇게나 대할 정도의 시장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MS에는 여전히 ’찬밥’ 대우를 받고 있으며, 이는 한국MS의 CEO가 매력있는 자리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다.

 세계 최고 기업의 한국 사장이라면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하는 게 순리다. 어렵게 CEO를 뽑았다면 역할과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한국 기업에서 대리나 과장 정도가 해야 할 일을 CEO가 대신한다면 세계 최고기업의 한국 사장이라는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이 같은 현상이 MS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다국적기업 한국 사장의 권한과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세계 최고의 기업답게 MS가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한국MS 사장이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종사자에게 꿈의 자리가 돼야만 후임 사장을 찾는 데 몇 개월씩이나 걸리는, 세계 최고기업의 자존심에 먹칠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9개월 동안 사장 없이도 굴러가고, 또 어렵게 뽑은 CEO가 1년 만에 자리를 박차는, 그런 한국MS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