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과학의 변경지대

*과학의 변경지대. 마이클 셔머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오늘날 과학은 세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가히 과학의 만능시대라고 할 수 있다. 유사 이래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들이 치료되는 것이나 우주의 가장 깊은 심연들을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과학의 힘 덕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연구 성과나 지식은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의 안방에까지 전해진다.

 하지만 비약적인 과학적 성과에 못지않게 과학이라는 탈을 쓴 수많은 의사과학 역시 판을 치고 있다. UFO나 냉전시대 군사기술 경쟁의 산물인 원격투시, 점성술이나 거대 괴수 빅풋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고 소수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만 만족시켜 주는 정책이나 행동이 마치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처럼 과학의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이처럼 사이비 과학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정상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지적 흥밋거리를 넘는 중요한 문제다. 진정한 과학은 어디에서 끝나고 사실과 오류, 지식과 환상이 뒤섞이는 과학의 변경지대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진실과 거짓이 애매하게 섞여 있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답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책은 진정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이를 통해 과학의 본질과 과학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의 변경지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는 초끈이론이나 의식이론, 외계 지성체 탐구, 최면술 등 연구의 진전에 따라 정상과학이 될 수도 있고 비과학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들을 현대의 변경지대 과학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기존 정상과학과 새로운 이론이 충돌하는 공간인 과학의 변경지대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실험심리학과 사회학, 과학사 등의 최신 성과를 활용해 모색한다.

 또 과거 과학의 변경지대를 넘나들며 현재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변경지대 과학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최면술 연구,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만물이론의 허구성, 인간복제 반대운동의 허와 실, 인종주의적 편견, 천재 신화의 이면이나 생태학적 유토피아의 오류 등 과학의 변경지대에서 이뤄지는 논쟁과 그 논점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분석했다.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다윈과 프로이트의 비교다. 과학의 영웅이 되고자 생전에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했지만 이제는 역사적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는 프로이트와 성실하게 연구를 쌓아 나가 진화론의 아버지로 평가받게 된 다윈을 통해 과학세계 안에서 과학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모두 3부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과학 전반에 걸쳐 정통과 이단, 정상과학과 비과학, 혁명적인 과학과 급진적인 과학, 의사과학, 완전한 엉터리들의 경계를 탐사한다.

 특히 제3장에서 다루고 있는 ‘신만이 할 수 있다’에서는 최근 가능성 여부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생명복제와 유전공학을 다루면서 사회가 설정한 윤리적 한계를 짚고 있다. 유전학과 같은 변경지대 과학이 유전공학과 같은 정상과학으로 올라갈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의 기준을 살펴본다.

 제6장 ‘지구가 움직인 날’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에 저항한 사회적 심리적 현상을 분석하고 왜 그렇게 큰 저항을 겪었는지 당시 상황을 짚었다.

 제14장에서 다루고 있는 20세기 과학사에서 가장 큰 사기사건으로 꼽히는 ‘필트다운인 화석 사기 사건’도 읽을 만하다. 꼭 맞는 연구 결과를 위해 데이터와 자료를 조작, 40년 동안 정상 과학 행세를 하다가 1950년에야 사기임이 밝혀진 이 사건을 통해 과학이 의사과학으로 추락한 유명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소용돌이처럼 어지러운 과학이론 앞에서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에게 현대 과학계의 논쟁적인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그 주제들을 상식의 대지에 발을 굳건히 대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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