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나노 산업기술 전시회 ‘나노텍2005’는 외국인 관람객들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행사였다. 세계 19개국 350여개 기업, 4만여명의 관람객이 참가한 세계 최대 규모의 나노 관련 행사임에도 전시장을 메운 일본 업체들의 부스에는 일본어로 된 설명 패널만이 붙어 있었다. 팸플릿이나 소개 자료도 영어로 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부스의 일본인 직원도 대부분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 외국인 관람객들에 대한 홍보는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후지쯔니 NEC 같은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말 자료보다 영어 자료가 더 많고 외국 고객들에 대한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한국 행사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러고도 비즈니스가 성사될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것은 아마 우리만큼 영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일본의 비즈니스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노에 관한 한 일본이 가장 기술적으로 앞서 있고 시장 규모도 크다는 자신만만함이 배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나노텍2005’ 행사는 일본 나노 기술의 저력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의 기본 소재 기술에서 중소기업의 특화된 부품·소재, 전자 대기업의 유비쿼터스 시스템 관련 제품까지 나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코엑스보다 몇 배는 넓어 보이는 행사장은 시종 관람객으로 북적됐으며 행사장 밖의 등록 카운터는 3일 내내 긴 줄이 이어졌다. 한국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유럽 국가관도 여럿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나노 관련 기업·연구자의 수가 국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이들이 원천 소재에서 측정·계측, 공정, 부품,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큰 그림을 그려 가고 있었다.
아쉬우면 우리가 찾아가서 묻고 배우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선 국내 나노 기술의 발전도 주목할 만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은 우리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소재·공정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한국 고객이 무시 못할 정도로 성장해 내년에는 영어나 한국어로 된 자료도 보게 되길 기대한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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