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외국에서 ‘거지 체험’이 유행한 적 있다.
부자들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지 생활을 겪어보는 것이다. 서비스 회사에 신청하면 넝마를 입히고 지저분해 보이도록 화장해 완벽한 ‘거지 꼴’을 만들어 준다. 기차역처럼 행인이 많은 곳에서 구걸 행위를 하는데 일부 부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은 돈을 버는지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거지 차림을 위해 비용만 우리 돈으로 600만원이 넘게 드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단속에 걸리거나 텃세에 시달리지 않도록 경찰과 ‘원조’거지들에게 뇌물까지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거지 전문 학교’까지 생겨났다. 구걸 방법을 가르치는 등 거지를 육성하는 전문 아카데미가 대만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거지들의 눈빛, 동작, 표정 등을 가르치는 이 학교 설립자 왈 “거지는 능력만큼 돈을 버는 전문직”이라며 “현장에 가서 실습을 하는데 웬 만한 월급쟁이보다 더 많이 번다”고 했다.
바야흐로 구걸이 전문성을 얻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나 보다. 그때가 되면 ‘거지 면허’를 발급받아 전문직이라고 행세할지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훌륭한 거지들은 심리전이나 전략이 뛰어난 것 같기도 하다. 강압적으로 돈을 짜내 가는 거지들도 있지만 말투나 눈빛이 돈을 주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거지도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집창촌을 정부가 단속하자 업주들이 “매매춘이 인류 역사 이래 가장 오래된 직업인데 쉽게 없어지겠냐”고 목청을 높였다지만 역사성을 가진 동시에 국가마저 어쩔 수 없는 직업으로 치자면 구걸도 못지 않다.
대부분 학교들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껌팔이 할머니’에 관한 것이 있다. 카페나 술집에서 학생들 앞에 불쌍한 표정으로, 어렵게 껌 한 통을 내밀지만 집에 갈 때는 택시를 타며 집도 무려 두 채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해몽가들에 따르면 꿈에서 거지에게 적선하면 실제로 근심이나 걱정이 해소된다고 한다. 단, 적선할 때 돈을 아끼어 일부만 주면 걱정도 일부만 사라지게 된다고 하니,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이왕 베풀려면 실생활에서나 꿈에서나 ‘화끈하게’ 베풀고 볼 일이다.
경제과학부=허의원차장@전자신문,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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