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게임이 달라지고 있다. 좌백, 진산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 대표 무협소설 작가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무늬만 무협이던 온라인 게임에 진정한 무협의 옷을 입히고 있는 것. 덕분에 게임 시장의 주변 장르로 머물렀던 무협이란 테마도 최근에는 당당히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창작무협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대표 작가 금강(김환철·50)이 최근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으니 그가 참여한 ‘영웅 온라인’은 금강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인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금강이 별도, 초우, 장영훈 등 후배 작가들과 함께 개발에 참여한 ‘영웅 온라인’은 이름값 만큼이나 최근 오픈과 함께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전문 리서치 사이트 ‘게임 트릭스’의 집계에서는 일간 점유율 3.64%를 기록하며, RPG 부분 6위, 종합순위 9위에 등극했다. ‘랭키닷컴’의 주간 순위조사에서 오픈 후 2주 연속 주간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메가톤급 돌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 무협 소설의 살아있는 신화
무협소설계에서 금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81년 ‘금검경혼(金劒驚魂)’으로 무협 소설에 입문한 그는 우리나라의 창작 무협소설의 포문을 연 장본인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금강은 국전에 출품할 조각품의 재료인 고가의 나무를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무협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25년째 이어온 그의 무협소설은 한마디로 우리 무협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깊이를 갖고 있다. 흔히 1세대로 불리는 80년대 창작무협에서부터 2세대 실존주의 무협, 3세대 통신무협까지 그는 무협 소설의 장중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새로운 무협을 선보여왔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금강의 서울 흑석동 한강 인근 아파트의 작업실에는 그가 지금까지 펴낸 28종, 200여권의 책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작업실을 쳐다 보는 것만으로 무협에 대한 그의 내공을 온 몸을 압도했다.
“손이 아파 펜에 붕대를 감고 원고를 쓰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무협이 장르 문학이라는 특성상 작품성 만큼이나 빠르게 글을 쓰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에 글 쓰기를 둘러싼 애환도 많았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요즘 젊은 작가들은 PC로 소설을 써내려가다 보니 글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컴퓨터 전문가 금강
어렸을 때 받은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모든 것을 독학으로 해결했던 그는 무협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도 조예가 깊은 전문가다. 글쓰기를 위해 91년 286급부터 PC를 다뤄온 그는 PC통신 하이텔의 하드웨어 테스트 동호회인 ‘OSC’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틀에 한번씩 PC의 메인보드를 교체해 가면서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PC를 처음 접한 것은 글쓰기를 보다 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어느샌가 하루 대부분을 컴퓨터와 보내다 보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됐죠. 덕분에 분당 600타에 가까운 타자실력도 얻게 됐고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른 작가들 보다 일찍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금강은 지난 2002년 9월 ‘고무림판타지(www.gomufan.com)’라는 무협 전문 포털을 주도적으로 오픈했다. 이 사이트는 300여 명의 작가가 글을 올리고 독자들과 대화하는 공간으로 금강은 이곳을 통해 ‘연무지회’란 무협 작가모임도 이끌고 있다.
# 영화로 게임으로 무대 넓혀야
문화산업의 발전과 함께 최근에는 종이 미디어보다 영화, 게임 같은 영상 미디어들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설 작가들은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어느 시대 보다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금강이 ‘연무지회’를 이끌고 있는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정지 영상 중심의 소설을 영화나 게임같은 동영상으로 어떻게 옮겨내야 할 지 무협작가들이 모여 능동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금강이 엠게임과 공동작업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연무지회’를 통해서 시작된 것.
“‘무사’ ‘단적비연수’ 등 무협영화나 게임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나리오에 대한 투자는 야박한 실정입니다. 감독이나 기획자가 대충 자신의 지식을 조합해서 시나리오를 만들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이런 측면에서 인근 산업간의 교류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기존 무협작가들도 동영상에 맞는 시나리오를 쓰는데 보다 고민을 해야할 것입니다.”
금강은 ‘영웅 온라인’을 통해 ‘무협적이면서 무협이 아닌 게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무협 마니아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협을 게임의 영상으로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취지에 맞게 ‘영웅 온라인’은 무협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또 도식화된 기존의 게임 퀘스트에서 벗어나 스토리가 살아있는 퀘스트를 통해 무협의 참맛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 답게 90년대부터 ‘페르시아의 왕자’ ‘둠’ ‘디아블로’를 즐겨왔다는 금강은 언젠가 게임을 직접 개발해 보고 싶은 포부도 갖고 있다. 그럼 측면에서 ‘영웅 온라인’ 개발 참여는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무협 소설의 대부 금강의 게임 개발 참여가 단순한 외도에 그칠지 아니면 무협소설의 지평을 게임으로 확장하는 전기를 마련할 지 향후 그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많이 본 뉴스
-
1
中 BOE, 삼성 갤럭시S27 OLED 공급 불발
-
2
삼성, 영남에 피지컬 AI 60조원 투자...일자리 20만개 쏟아진다
-
3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반도체 경쟁력은 사람"… 인재 양성 체계 구축 논의
-
4
삼성 초기업노조 “호남 반도체, 정부도 회사도 우리와 협의해라"
-
5
KT, 5G·LTE 통합요금제 출시…이통 3사 요금제 개편 마무리
-
6
李 대통령 “영남, 글로벌 첨단 제조업 거점으로…우주항공이 새로운 먹거리 될 것”
-
7
첫 결재는 '30분 평택'…최원용 시장, 생활권 재편 속도
-
8
타타대우모빌리티, 중형 트럭 '하이쎈' 1호차 고객 인도
-
9
AWS 이어 MS도 'FDE' 조직 신설…“3조8000억원 투자”
-
10
방사선에 무너진 장 되살릴까…엔지켐생명과학, EC-18 치료 가능성 중동물서 검증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