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축구 게임을 하는 듯한 플레이가 좋아서 ‘위닝일레븐’ 광팬이 된 오현진씨. 1999년 이 작품에 입문했다니 다른 유저보다 늦었다면 늦은 시기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을 기울였고 숱한 대회에서 우승과 입상을 수십 번이나 먹었다. 자신의 인생을 ‘위닝일레븐’과 함께 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는 오현진씨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푸다닥픽트파드득!”. 1초에 5번 이상의 손가락으로 게임 패드를 두드리면 이런 소리가 난다. 일반인들이 보통 1초에 한 번 버튼을 누르는 것에 비하면 5배나 빠른 손놀림이다. 특히 ‘위닝일레븐’은 패드를 잡은 손이 의외로 바빠지지 않는 것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오현진씨의 손가락은 쉴새 없이 움직이며 게임 내의 선수를 괴롭힌다. 그가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게임 상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는 더 이상 3D로 구현된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축구 선수로 착각할 정도다.
국내 최고 ‘위닝일레븐’ 실력자 중의 하나이자 열광적인 마니아인 오현진(24)씨. 그는 현재 병특으로 들어간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자 노릇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일을 모두 누리고 있는 중이다.
# 열 받아서 시작했다
그가 ‘위닝일레븐’을 시작한 계기는 매우 재미있다. 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생전 처음보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었고 역시 처음보는 게임 ‘위닝일레븐 3 파이날 에볼루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이라면 자신있던 터라 “한 판 붙자”며 호기 있게 덤볐다. 그러나 ‘위닝일레븐’이 어디 초보자가 하기 쉬운 게임인가. 큰 격차의 점수를 기록했고 하루종일 단 한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우정파괴게임’이라는 별명답게 오현진씨는 광분했고 곧바로 플레이스테이션과 위닝일레븐을 구입해 연습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틈만 나면 친구들과 모여 3∼4시간 동안 오로지 ‘위닝일레븐’만 플레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실력은 나날이 향상돼 갔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점차 고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 홀로 진리를 터득
게임에 맛을 들이자 ‘위닝일레븐’에 대한 모든 것을 모으기 시작했다.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모두 구입했고 플레이스테이션 2도 오로지 ‘위닝일레븐’을 위해 마련했다. 게임에 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이론에도 파고들어 플레이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든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위닝일레븐 대회가 있었어요. 그 때 제 친구들이랑 출전했는데 거기서 엄청난 고수를 발견한 겁니다.”
그 고수의 이름은 위닝왕 채왕석. 지금도 그 명성이 전국에 쟁쟁한 그와 예선전에서 맞붙었고 당연히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를 자세히 눈여겨 보고 남 몰래 사부로 삼았다. 다른 어떤 유저도 흉내낼 수 없는 현란한 드리블과 손동작, 패드의 모든 버튼을 사용하며 필드를 종횡무진하는 그의 모습에 완전히 반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 각종 대회에서 연승을 거두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위닝일레븐 대회 우승한 경력만 12번이고 입상한 것까지 치면 23번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실력자이자 이론자로서 이름을 날린 것이다.
#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
“가장 먼저 ‘위닝일레븐’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위닝일레븐’을 잘 하는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고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오씨의 플레이 스타일은 단단한 수비와 개인기 위주의 공격이다. 주로 네덜란드와 브라질을 선택하는 데 자신만의 수비를 위해 포메이션과 기본 설정을 모두 바꾼다. 그러면 안정적인 수비가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공격은 드리블을 활용한 개인기 위주의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돌파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항상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전국에 산재한 고수들에게 금방 따라 잡힌다는 고백이었다.
“‘위닝일레븐’의 매력은 실제 축구와 유사한 게임성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위닝일레븐’을 사랑하고 열심히 플레이할 것입니다. ‘위닝’은 나의 인생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극단적인가요? 하하하하∼”
해 맑게 웃는 그의 미소와 형형한 눈빛 속에서 단 하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투자한 진정한 마니아의 모습이 느껴졌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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