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그라비티 김정률 회장

지난 9일 그라비티는 나스닥 등록을 공식 발표했다. 오로지 게임 하나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구도를 갖춘 것이다. ‘라그나로크’로 세계를 누비는 동안 많은 우연곡절을 겪었지만 천억이 넘는 자본을 확보하며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격상했다.

김정률 회장은 “노력도 했지만 행운이 항상 함께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져 왔다”며 자신을 낮췄지만 그가 이룩한 업적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회사 설립 불과 5년만에 나스닥으로 진출한 김회장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 2월 11일 자정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지난 2월 11일 김회장은 자택에서 한 통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는 압구정동 우리은행 지점장이 걸기로 돼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사안이었다. 시계가 자정에 들어설 무렵 마침내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회장님, 입금 확인됐습니다. 미국에서 1억 800만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한화로 자그만치 1100억 원이 넘는 돈이 현찰로 공수된 것이다. 그라비티의 재무팀과 압구정동 우리은행 직원들은 퇴근도 불사한 채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김 회장은 긴 출장으로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했다.

“개인적인 것을 떠나 그런 큰 돈이 미국에서 우리 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참으로 묘한 감동이 들게 했어요. 그 지점장도 저한테 말하더군요. 이런게 바로 애국이 아닐까요 하고 말이에요.”

최종 사인을 위한 마지막 15일은 인내력과 체력의 싸움이었고 호텔에서 코피를 쏟아가며 밀어 붙였던 김 회장은 결국 그라비티의 나스닥 상장을 현실로 구현하고 말았던 것이다.

# 나스닥 상장은 글로벌 기업을 위한 포석

코스닥이 아니라 나스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순전히 김 회장의 직관적인 판단이었다. 코스닥 준비를 위해 금융계 인사들을 회사로 영입했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8개월 전부터 은밀히 진행하기 시작했다. 외부에는 코스닥으로 상장하기 위해 사람을 끌어 모은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김 회장은 ‘라그나로크’를 보다 많은 국가로 수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차기작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에 투자했다.

“나스닥으로 직접 상장한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서 나스닥에 상장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회사는 격상됩니다. 모든 국경을 초월하죠.”

이미 나스닥에 상장한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그라비티 이름을 고객 최상단에 올렸으며 미국의 메이저 게임 회사들이 먼저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문서를 보내도 답변조차 없었던 그들이다. 든든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투자 회사에서 지원을 받으며 세계 시장을 무대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 시작은 누구나 미미했다

김회장은 1982년 게임 바닥에 뛰어들었다.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고 2명의 직원과 함께 게임기판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낮으로는 판매처를 찾아 쉴 틈 없이 뛰어다녔고 밤으로는 게임기판을 조립하는 고된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회사가 커지자,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결심을 한 김 회장은 83년 선일렉트로닉스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공략을 시작했다. 홍콩에 첫 수출을 시작하면서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등 30여 개국으로 수출선을 확대해 나갔다.

88년 중국에 진출하면서부터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IMF를 거치면서 김회장 역시 사업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반주음악게임기 사업으로 재기에 성공, IMF 이전의 사업 규모를 회복했고 안정된 기반을 구축했다. 하지만 김회장은 게임기의 사이클이 짧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에 투자했어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말리더군요. 아무래도 그 당시 온라인 게임 산업은 매우 작은 시장을 가지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사실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회장은 게임 월간지를 7년 동안 운영하면서 체득한 직감을 믿었다. ‘라그나로크’를 개발하는 3년 동안 1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반전됐다.

유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성공적인 상용화에 돌입했으며 활발한 수출로 매월 수출 국가를 늘려 나갔다. 2003년에는 매출 375억원, 순이익 150억원의 성과를 얻었고 2004년에는 이보다 몇 배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라그나로크’는 2005년 현재 23개국 3000만 유저를 확보한 세계적인 게임으로 성장했다.

#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

하지만 김 회장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많은 자금이 확보됐고 좋은 회사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할 일이 더욱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를 무대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게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포화 상태로 진단하고 있으며 아이템에 집중하는 게임보다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 해외에서 주효하다고 판단한다. 시장에 대한 선점도 빼놓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 또한 핵심 전략이다. 하지만 그라비티의 역할은 게임 개발보다는 좋은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A처럼 세계 유수의 메이저 퍼블리셔가 되기를 지향하는 것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 흙을 잘 가꾸고 좋은 비료를 뿌리고 매일 들여다 보는 것과 같아요. 이제부터는 좋은 게임을 개발하고 동시에 좋은 게임을 소개하는 일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해야죠. 그리고 게임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일도 계속 할 것입니다.”1972 고려대 사대부속고등학교 졸업

1974 국제고등기술전문학교 졸업

1983 일본 千代田공업기술전문대학 졸업

1994 사단법인 한국게임제작협회 회장

1998 연세대 행정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0 한국게임제작업협동조합 이사장

2000 그라비티 회장

2002 대한민국 게임대전 집행위원장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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