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운과 실력

얼마 전 끝난 세계포커대회에서 무명의 아마추어가 세계 정상급 프로갬블러를 모두 이기고 챔피언에 등극했던 일이 있었다. 아마추어가 세계 정상의 프로를 이겼다면 이것은 분명히 사건이며 충격적인 일이다. 더구나 게임의 내용까지 프로갬블러를 압도했기에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임 도중 해설자는 프로갬블러의 플레이에 실수가 많았다고 얘기했지만, 포커전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프로의 실수보다는 아마추어의 플레이가 워낙 훌륭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직후 우승자는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최고의 영광인데 우승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운이 따랐고, 또 내가 아마추어라서 프로들이 봐준 덕분”이라며 겸손해 했고, 준우승에 그친 프로갬블러는 “아마추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금 당장 프로에 와도 정상급으로 손색없는 솜씨였다. 나는 실력에서 밀렸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자신의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했다. 대회를 지켜본 필자 역시 우승자에게 운도 따랐지만 실력도 뛰어났다고 느꼈다.

아무든 전세계 포커마니아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이 일은 포커를 잘 아는 사람과 포커대회를 직접 경험한 갬블러에게는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다른 종목과 달리 포커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어느 게임이든 고수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야 없겠지만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하는 포커대회에서는 고수의 승률이 비교적 낮다. 대회에서는 약간 무모하고 과감한 플레이가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플레이를 펼치면 결국 지지는 않아도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고수를 종종 볼 수 있다.

우승이 목표인 대회에서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면 중간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모 아니면 도’ 식의 플레이가 대회에서 만큼은 먹혀들 때가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플레이는 너무 위험하기에 실전에서 사용하면 안 될 방법이지만 대회에서는 다르다. 세계적인 갬블러들이 포커토너먼트에서 탈락하는 것은 흔한 일이며, 또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무리 포커의 최고수라 해도 한두 판의 승부에서 결정나는 토너먼트에서 매번 이기는 패만 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명의 아마추어에게 몇 번의 행운만 따라 주면 우승은 아니라도 초일류고수를 탈락시킬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나온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포커대회라는 특수 상황을 놓고 말했지만 짧은 시간에 승부를 가리는 실전에서 하수가 고수를 이길 가능성이 높은 종목 중 하나가 바로 포커다. 이처럼 단기 승부에서 변수가 많다는 점이 포커의 매력이자 어려움이며 또 함정이기도 하다. 하수들이 포커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회와 달리 실전 게임은 짧은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그날그날의 게임은 시간이 되면 끝나겠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라면 결국 실력대로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단기전은 한두 번의 운이 승부에 큰 영향을 주지만 계속해서 어울려 하는 장기전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떨어진다. 특히 한 번씩 찾아오는 커다란 행운도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 훨씬, 더 자주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점을 명심해둘 필요가 있다.

승부가 걸린 어떤 종류의 게임에서도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실력 뿐이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