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세 자릿수 시대 IT업계 `초비상`

‘예상보다 너무 가파른 데다 유가 상승까지 겹쳤다.’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시대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IT업계는 환율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 상반기까지는 1000원대를 지지하는 힘이 상당히 작용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23일 장중 한때 990원대까지 추락하자 산업계가 위기감에 빠졌다.

 1050원대를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총 수출액 100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한 전자·IT업계의 수출물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라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수출 차질 불가피=국내 정보가전 업계는 무엇보다 환율 급락으로 인해 수출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가 예상한 올해 환율 평균치는 넓게는 1050원에서 950원대, 좁게는 980원에서 970원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생산하는 일괄체제를 구축해 피해가 적겠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IT기업들은 세 자릿수 환율 시대를 맞아 대부분 수출 전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환리스크 대책을 갖추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환율하락 부담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커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23일 긴급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0개 수출기업 가운데 71%의 수출물량 감소가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기업의 70% 이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초비상 체제 돌입=국내 기업들은 현재 환율 급락에 따른 업체별 ‘비상경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은 상태다. 특히 수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정보가전기업들은 원가절감대책, 투자 우선순위 조정, 유로화 결제비율 확대,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을 줄이는 환리스크 증폭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 등은 이미 환율 급락에 대비, 환변동보험에 가입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화고 있다. 일부 업계는 이 같은 환율 급락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거점을 아예 해외로 옮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7%의 수출기업은 여전히 세 자릿수 환율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환율 쇼크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은 상대적 여유=다만 올해 105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경영계획을 짠 삼성그룹은 이미 환율 급락에 대한 방어를 해놓은 상태여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세 자릿수 환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마련해 놓았다. 해외 생산체제 구축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며 유로화로 결제를 대행하고 있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내부에서는 900원대 초반까지 단계적 환율 급락에 따른 대비책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금의 급격한 환율 하락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완화돼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에 환율 충격에 강한 체질과 환위험 관리방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했다.

 각 계열사는 수익성 악화 최소화와 헤지비율 조정 및 결제통화 다변화, 외화부채의 적정 규모 재검토, 환차익 기대보다는 환위험 최소화에 주안점을 둔 위험관리방안 업그레이드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달러당 900원 선까지도 고려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중이다. 김상룡·조인혜기자@전자신문, srkim·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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