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사업자들이 의무 상용화 시기에 여유를 달라고 요청한 명목상의 이유는 장비 개발 지연이나 통상 변수 돌출 가능성이다. 그러나 내심 시장상황 변화 등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장비 개발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협상력 제고 등 다목적 카드로서의 공감대도 형성됐다는 평가다.
정보통신부도 이 같은 현실론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이를 핑계로 서비스 개시에 늑장을 부려 시장활성화에 저해가 될 것을 우려했다. 정통부가 사업자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애초 일정을 사업자들에게 다짐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연기요청 왜 나왔나=와이브로 상용서비스의 핵심 장비인 기지국 장비 개발은 현재 ETRI와 삼성전자 주도하에 추진돼 오는 11월께 시연 가능한 초기 제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중계기는 이미 중소 제조업체들이 개발 완료했고 통합단말기 개발은 삼성전자·LG전자·포스데이타·HP·블루베리 등 국내외 단말업체들과 기술규격을 협의중이다.
개발 일정으로는 서비스 일정에 차질이 없지만 사업자들은 장비 검증에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단일규격에 대한 통상이슈가 불거지면서 기술기준 마련과 표준화가 늦어졌고 이에 따라 장비 개발이 순연된 점을 강조했다. 사업자들은 내년 상반기 상용화에 맞추려면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장비를 써야 하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까 걱정했다.
정부가 사업자의 요청에 공감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IMT2000과 마찬가지로 애초 예상과 달리 시장이나 기술이 진화해 서비스 개시 일자나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권 확보 전후가 다르다(?)=실제 이 같은 요구가 나온 데엔 시장전망이 불확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의 경우 삼성전자 장비에만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내심 WCDMA(HSDPA)와의 정합성 등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공산이 크다.
KT는 반면 삼성전자 장비를 통해서라도 먼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이 있어 경쟁사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일정 연기는 작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사업자 선정 계획 및 서비스 일정과는 차이가 있는 데다 IMT2000처럼 주파수만 확보하고 상용서비스를 제때 하지 않는 행태가 되풀이될 우려를 낳고 있다. 사업자들이 기술이나 표준을 핑계로 댈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장실 오갈 때 마음이 다른 것처럼 사업자들이 나중에 이 규정을 악용해 실제 서비스를 늦게 개시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정통부가 사업자의 연기요청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 같은 우려를 모두 고려해 허가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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