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게임 ‘팡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엔트리브소프트의 서관희(31) 개발이사는 채 1년도 안되는 사이 쏟아진 분에 넘치는 안팍의 관심이 낯설기만 하다.
지난 93년 고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인천의 한 옥탑방에서 ‘고양이처럼’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지 12년만에 누려보는 ‘호사’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팡야’개발자로 알고 있지만, ‘팡야’가 그의 개발인생 10여년의 작은 한 토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서이사 역시 다른 개발자들의 출발이 그러했듯 중학시절부터 8비트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고, 어슬프게 그 비슷한 걸 만들려고 뚝딱거렸던 이른바 ‘MSX키즈’다. 프로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지난 94년 우리나라 게임개발 역사에 한 획으로 남은 ‘손노리’ 팀에 합류하면서이다.
이후 6∼7년 동안 손노리와 떨어졌다 붙었다를 거듭하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사가’ ‘화이트데이’ ‘강철제국’ ‘악튜러스’ 등의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매년 매듭 하나씩을 만들어왔다면, 만 11개째 매듭에서 ‘팡야’가 나온 셈이죠. 어디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여기지만, 나름대로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베어있는 결과물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도드라져 보일지 몰라도, 평생 작업으로 볼 때는 그것 역시 하나의 매듭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의 매듭론이다.
‘팡야’는 우리 게임시장에 두 가지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하나는 중세풍 정통 온라인롤플레이잉게임(MMORPG) 일색이던 시장에 캐주얼게임의 가능성을 ‘재발견’ 시킨 것, 나아가서는 게임 주류시장을 캐주얼게임으로 ‘확’ 틀어놓았다.
두 번째는 캐주얼게임이라고해서 ‘대충대충’ 만드는 관행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개발에 만 2년이 걸린 ‘팡야’는 그래서 더 높은 완성도와 게임성을 자랑한다. 상용화 이후에도 매달 ‘패치’가 더해지고 있다.
“앞서 간다는 것은 그만큼 큰 부담입니다. ‘팡야’를 보는 눈빛에 마냥 부러움만 담긴 것이 아니라, ‘뭔가 보여달라’는 요구가 섞일 때는 두렵기조차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 방정식을 풀어가야하는게 개발자의 몫이기도 합니다”
역시 서 이사의 고민도 ‘포스트 팡야’에 맞춰져 있다. 서 이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급하게 맘을 먹지 않는다. 빨라도 내년말 정도까지의 여유를 갖고, 그러면서도 치밀하게 차기작을 준비할 생각이다.
차기작을 통해 그는 인종, 언어, 국경, 종교에 갈려 선입견이 존재하지 않는 ‘만국공통의 재미’를 추구할 계획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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