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주총회와 ‘잔치’

 바야흐로 정보가전 업계의 주주총회 계절이 돌아왔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이달 28일 주주총회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LG전자가 내달 11일에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은 물론 대부분의 정보가전 업체도 이달부터 한달간 주주총회에 나선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주총을 통해 주주들의 ‘심판대(?)’에 오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주총을 ‘잔치’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은 ‘잔치’와 ‘심판대’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 1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삼성전자나 글로벌톱 3에 도전하는 LG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정보가전기업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주주총회장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구태를 연출해왔다. 언제부턴가 국내 대기업 주총은 주주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업과 시민단체의 다툼으로 비치고 있다. 마치 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는 풍경과 흡사하다. ‘잔치’치고는 고약한 잔치다. 그건 차라리 막싸움판에 가깝다.

 이번 주총시즌에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를 벼르고 있다. 지난해 2월 27일 벌어진 활극무대의 연장선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시민단체가 거론할 안건만 해도 △삼성카드 증자 참여 △삼성 임원의 등기이사 재선임 △삼성자동차 부실채권 처리 후속대책 등 여러 가지다.

 반면 삼성전자는 사상최대의 흑자를 자축하고 싶은 분위기다. 주주를 위해서 사상최대의 이익을 올렸고, 최대의 배당을 해주는 마당에 당연히 기쁨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주주총회장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화가 오고가는 자리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비상대책팀을 만들었다. 비상대책팀이 만든 결과물은 너무 당연했다. 지난해처럼 시민단체와의 몸싸움은 없어야 된다며 대화를 할 경우 시민단체의 주장을 끝까지 듣겠다고 장담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화가 오고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주총회가 중요하다. 그들의 주주총회가 우리나라 경제와 민주주의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기업과 세계 최고의 시민단체가 엮어갈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대한 밑그림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국 기업인이나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노조문제, 정치적 불안, 기업의 분식회계’ 등을 연이어 거론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 기업의 성장을 그렇게라도 저지하고 싶은 모양이다.

  디지털산업부·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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