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으로 본사의 결정에 따라 국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다국적기업의 한국 지사들이 본사와 별도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로컬라이제이션’ 차원에서 지사들에 일정 권한을 부여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한국에서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의 우수성을 본사에서 인정받아 전세계 지사들에 확대 적용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이 전세계 시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독자 비즈니스 모델 채택=한국HP는 올초 ‘파트너 다이렉트’라는 새로운 채널 정책을 발표했다. 채널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와 주문을 받고, 재고와 배달·설치는 한국HP가 담당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HP가 국내 중소기업(SMB) 시장 공략을 위해 본사와 별도로 로컬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HP 관계자는 “미국 본사는 SMB 사업을 홈페이지 등 인터넷을 활용한 모델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국은 채널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며 “한국 시장에 맞는 채널 정책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스토리텍은 지난달 28일 국내 지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토리지 비즈니스 모델인 ‘스토리지 웰빙 서비스’를 발표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고 있는 웰빙의 개념을 스토리지에 접목한 것이다.
정철두 한국스토리지텍 사장은 “스토리지 웰빙 서비스는 용량 등 하드웨어 중심의 마케팅 및 영업방식과 달리, 한국 산업과 기업의 고유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사이베이스도 국내에서만 시행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더블업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데이터웨어하우스(DW)의 용도를 리포팅 부문 등으로 확대해 판매하는 전략이다.
◇가시적 효과 나타나=한국사이베이스는 ‘더블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DW 솔루션 매출 비중이 60%에 이를 정도며, 지난해 지사 매출을 25%나 끌어올렸다.
이성순 한국사이베이스 상무는 “국내 DW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더블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에서는 본사와 별도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스토리지텍도 스토리지 웰빙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는 2007년까지 매출의 50% 이상을 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올릴 계획이다. 앞으로 본사의 정책보다 지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한국스토리텍은 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 취득을 추진중이다.
한국HP도 아직 초반이지만 파트너 다이렉트 정책을 도입한 후 SMB 파트너들이 비즈니스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 시장 확대 움직임=사이베이스 지사들은 현재 한국사이베이스의 더블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중이다. 사이베이스 본사는 한국 지사가 경쟁사와 시장 쟁탈전을 벌이기보다는 시장을 확대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해외 여러 지사들에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한국스토리텍 관계자는 “최근 스토리지업계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성공을 전제로 “스토리지 웰빙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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