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요즘 정보통신정책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는 이동통신업체들이 작성한 ‘KT PCS 재판매가 시장을 흐린다’는 내용의 투서 아닌 투서가 나돌고 있다. 양방향 번호이동성제가 개방된 지난 1월부터 KT가 불법 영업을 통해 이동통신 가입자의 상당수를 뺏어가고 있으니 제재를 가하도록 목소리를 내달라는 경쟁업체들의 건의성 자료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순증치(총 신규 가입자에서 해지가입자를 뺀 가입자 실질 증가수)가 KT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경쟁업체들의 이 같은 공세가 계속되자 KT도 반박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나섰다. 실제 신규 가입자들의 40%를 SK텔레콤이 갖고 가는데 10%밖에 유치하지 않은 KT를 주적으로 만드냐는 것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도 해지 가입자가 많으니 순증치가 떨어지는 것인데 자기 영업력은 탓하지 않고 남 탓한다는 내용이다. 이통사들과 KT의 자료를 취합해보면 1월부터 최근까지 실제 해지비율은 SK텔레콤이 38%대로 제일 높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지만 해지자도 가장 많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들의 논쟁은 공히 특정한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통신시장의 불법을 단속하는 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이달 말께로 예정돼 있어 사전 여론몰이를 통해 유리한 위치를 고지하겠다는 속셈 때문이다. 즉 상대의 불법을 알려 자신은 면해보겠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근거로 제시하는 수치들이 상당히 아전인수 격이다. 지난 1년여 간의 가입자 추이나 흐름은 배제한 채 최근 한두 달의 수치만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순증가입자를, KT는 신규 및 해지 가입자를 근거로 혼란을 주고 있다. 똑같은 수치를 보다 유리한 것만 부풀려 제시하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불법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으면서 “누가누가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마타도하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쯤되면 정부가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를 왜 도입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의 편익이나 통화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어디가고 상대방의 불법 적발에만 신경을 쓰는 행태가 씁쓸하기만 하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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