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을 달리는 진정한 ‘로봇 맞수’.
우리나라 로봇 R&D의 양대 축으로 자리잡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오준호 기계공학과 교수(52)와 김종환 전자전산학과 교수(48)에게 붙어다니는 말이다.
맞수답게 오 교수와 김 교수는 만나기만 하면 로봇 논쟁을 벌인다. 이들에게 공통 단어는 ‘로봇’이라는 한마디뿐. 로봇연구의 이론과 실제에서 언제나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둘의 관계는 아슬아슬하다. R&D의 뿌리와 추구하는 기본 방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격마저도 판이해 ‘죽’이 맞는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오 교수와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KAIST의 ‘국보급’ 로봇 전문가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연구의 선두주자고, 김 교수는 로봇축구의 창시자이자 로봇 유전자를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들의 R&D에 대한 집념과 경쟁이 바로 한국 로봇연구의 미래다.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오 교수와 김 교수의 싸움은 KAIST 내에서도 로봇에 관한 학문적인 견해 차이에 따른 논쟁으로 유명하다. 물론 화통한 성격의 오 교수와 조용한 샌님 스타일의 김 교수가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이들의 대립은 로봇연구의 서로 다른 뿌리와 관점에서 비롯된다.
오 교수는 펀더멘틀(기초)에, 김 교수는 애플리케이션(응용)에 R&D의 근간을 두고 있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UC버클리대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 교수는 “휴머노이드도 기계 덩어리일 뿐 첨단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대상의 정밀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예를 들어 ‘휴보’가 80점짜리라면 앞으로 100점에 가까운 로봇을 만드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펄쩍 뛰며’ 바로 논박에 들어간다. “로봇을 기계적인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유비봇(유비쿼터스 로봇) 같은 새로운 것을 찾아 시장을 열어가야 한다.” 서울대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자공학도다운 발상이다. 과거에는 로봇이 기계적인 색채가 강했으나 앞으로는 전자전산 분야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R&D에선 진정한 경쟁자=오 교수는 현실적인 측면이 강하고, 김 교수는 응용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로봇에 대한 컨셉트와 디자인이 서로 판이하다.
오 교수가 기계적인 동작에 주안점을 두고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했다면, 김 교수는 ‘리티’라는 네트워크상에서 구현되는 SW적 측면에서 로봇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휴보’는 원만히 걸어다니고 악수할 수 있으며 41개의 관절을 가지고 사람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하는 등 기계공학과 자동제어 메카트로닉스 등의 원천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정밀도’를 높여가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비해 ‘리티’는 강아지 모양의 지능형 SW로 제작된 애완동물이다. 여기에 자기 자신을 복제하고 진화시킬 수 있는 ‘로봇 염색체’를 최근 이식했다. 김 교수는 “로보 사피언스라는 인공 종의 기원을 써야 할 만큼 새로운 분야”라고 강조한다.
◇휴보 대 리티의 미래 대결=그렇다면 오 교수와 김 교수는 로봇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 교수부터 입을 열었다. 오 교수는 “고유 형태가 없는 물체는 모두 로봇”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는 모든 기기가 로봇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교수는 실제 로봇이라는 말보다 로봇화라는 말을 더 선호했다.
오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설계자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로봇이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본다면 살상로봇이 가장 먼저 등장하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 예측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세계는 로봇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퍼스널 로봇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며 “미래에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뭔가를 클릭하기만 하면 도우미가 튀어나오는 세상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사진: 김종환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왼쪽),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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