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오명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된 ‘벤처기업의 재도약’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한 참석자가 재미있는 발표를 하는 것을 봤다. 개발하고 있거나 또는 개발된 기술들의 사업화를 위하여 연구소 내에 MBA 출신들을 영입하자는 취지였다. 즉 연구소나 기업들이 초기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사업화나 상업화의 타당성을 이들에게 검토하게 하고 이를 통해 연구소 기술의 상품화·시장화·사업화를 활성화하라는 논지였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기술과 경영에 안목을 갖고 있는 전문인력들이 사업 타당성을 사전에 파악한다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오류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T업계에서는 때에 따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원천기술의 확보보다 절실할 수 있다. 그러나 벤처 기업이 장기간 기술 개발비를 투자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경영과 마케팅, 국제적인 정보에 능통한 우수 인력의 활용이 연구소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받는 연구소에도 기초과학 연구와 더불어 기술의 사업화와 상용화를 통한 산업의 육성이 작금의 우리 경쟁 상황에서는 절실하다.
최근에 산업자원부 산하 모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인사를 만나서 MBA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역시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연구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MBA 출신을 채용하여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경영학 박사도 초빙하여 기술의 사업화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그는 더 나아가 관련업계의 기술개발 상품화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고 있으며 벌써 10여개의 기업에 투자를 단행,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벤처 육성이나 기업 활성화 방안이 자금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 기업과 관계당국이 귀감으로 삼아도 될 만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제품경쟁력이 산업경쟁력인 시대에는 기술경쟁력보다는 생산경쟁력이 더욱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유 경제 시대에서는 기술에 대한 고유 경쟁력과 원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바로 경쟁자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제 우리나라 연구소들의 연구 성과도 기술개발이 상품화에서 사업화로, 또 산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함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사업화와 상품화 또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고객의 취향과 성향을 분석하고 손익분기점까지 자금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은 가능한지 등 전문적인 영역을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가 담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기술인력이 경영과 자금, 마케팅까지 총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방식은 글로벌 경쟁 시대, 제품 경쟁력보다는 마케팅과 브랜드가 더 부각되는 현재의 산업 트렌드 하에는 적절하지 않은 경영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MBA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담당하여 성공적인 상품 및 시장 개척으로 연결해 가야 할 것임을 확신한다.
앞으로 이러한 MBA 출신 전문가들이 각 연구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발휘하면서 기술 개발 방향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벤처기업과 가교역할도 하고 기술의 사업화를 위하여 직접 투자도 하는 등 기술과 마케팅이 결합된다면 우리의 기술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이 교육부총리로 임명되는 이 시대에 연구소에도 MBA 출신의 기술을 이해하는 연구소장이 배출되어 기술계와 산업계에 활력을 더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금룡 이니시스 대표 krlee@inic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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