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게임 커뮤니티 변천사

게임 커뮤니티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게이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고, 사람을 사귄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커뮤니티는 때로는 ‘학교’로, 때로는 ‘시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커뮤니티에 가면 게임 공략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어떤 게임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평가도 해주기 때문이다. 게임업계가 게임 커뮤니티의 여론에 춤추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하지만 게임 커뮤니티 파워의 연륜은 그리 길지 않다.

 시간을 거슬러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 98년을 기점으로 ‘산업혁명’을 맞았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로 대변되는 신화가 탄생하면서 게임시장세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미디어를 장식했다. 그러나 초점은 산업이었지 문화는 아니었다.

게임 커뮤니티는 이처럼 산업만 있고, 문화는 없던 시기에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PC통신에서 활약하던 게임 마니아들이 속속 인터넷에 ‘사랑방’을 개설하면서 게임 커뮤니티의 씨앗이 뿌려졌다.

첫번째 시도는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비디오 콘솔게임에서 나왔다. 지금 콘솔게임 최대 커뮤니티로 자리잡은 ‘루리웹’은 당시 콘솔 게임 마니아였던 대학생이 주축이 돼 오픈됐다.

그리고 온라인게임 커뮤니티는 ‘리니지’ 포럼으로 반향을 일으킨 ‘플레이포럼’이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의 빠른 보급은 플랫폼별, 장르별, 게임별로 세분화된 커뮤니티도 만들어냈다. 외국 웹사이트를 돌며 1인칭 슈팅게임 사이트의 내용을 살피던 한 직장인 게이머는 혼자 보기 아까운 정보들을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나리카스’라는 1인칭 슈팅 전문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PgR21’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기록을 정리하는 곳이 없던 당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뭉친 직장인들에 의해 탄생했다.

2002년 이후 온라인게임이 급성장하면서 게임 커뮤니티는 더욱 자발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난해 인터넷포털 ‘다음’에 게임 관련 ‘카페’가 3000개를 넘은 것은 게임 커뮤니티의 대중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게임 최대 커뮤니티로 자리잡은 ‘플레이포럼’은 누적회원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또 인터넷 순위사이트 랭키닷컴 집계에서 게임정보분야 1위, 전체순위 35위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보이고 있다. 웬만한 온라인게임보다 많은 유저풀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커뮤니티 파워가 거세지면서 2003년을 기점으로 게임업체들이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새로운 게임을 오픈하면 홈페이지는 물론 팬사이트를 만드는데도 열성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 속에 메신저와 게시판, 미니홈피 등을 연동하면서 게이머가 커뮤니티 활동도 게임속에서 소진하도록 하는 전략까지 나오고 있다.

‘넥슨닷컴’ 등 몇몇 게임포털들은 아예 ‘플레이포럼’ 등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와 비슷한 공간을 자체 홈페이지에 개설하는 방안까지 마련 중이다.

게임업계 변방에서 시작한 커뮤니티는 이제 게임문화와 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게임업계가 커뮤니티를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커뮤니티 자체가 게임이 되는 세상도 머지 않았다.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 속에 커뮤니티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게임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의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플레이포럼’ 등 게임 전문 커뮤니티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지만, 유저들이 게임 속으로 흡수되면 자연스럽게 파워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넥슨닷컴’의 경우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인기 게임의 커뮤니티를 게임 홈페이지에 유치함으로써 커뮤니티 사이트로 이탈하는 유저들을 막고 있다.

여기에 순수성을 무기로 출발한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수익모델이 불명확한 것도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현재 ‘플레이포럼’ 등 몇몇 사이트는 늘어난 콘텐츠에 비례해 인력이 크게 늘어 많게는 50명을 헤아릴 정도의 조직이 방대해졌다. 더구나 게이머들이 전문 커뮤니티가 상업성을 추구하는데 큰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플레이포럼’ 한 운영자는 “커뮤니티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게임 스스로가 커뮤니티를 흡수하려는 움직임 뿐 아니라 게임웹진 등 게임 관련 사이트들이 속속 커뮤니티 모델을 접목하는 추세”라며 “결국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게임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커뮤니티 문화는 철저하게 소비자들인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왔고, 이 때문에 게임업체와 어느정도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게임업체가 게임 속에 커뮤니티를 인위적으로 만들더라도 유저를 모으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온라인게임처럼 커뮤니티도 선점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커뮤니티 사이트 한 관계자는 “커뮤니티를 유치하려는 곳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커뮤니티 사이트도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그동안 플랫폼이나 장르 중심의 커뮤니티는 더욱 쪼개어져 게임별, 세대별로 나뉘는 현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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