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인케)가 ‘벤처종합상사’를 기치로 내걸며 최근 출범했다.
한국 벤처기업 중 기업공개(IPO)를 거쳐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반면 이스라엘 벤처기업은 설립 당시부터 글로벌 기업 전략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범세계적 마케팅 계획을 세운다. 나스닥 시장에 미국을 제외하면 이스라엘 기업이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 한국 벤처기업이 해외 시장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기반을 잡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제품이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대량생산 기술과 품질의 문제다.
둘째, 마케팅·영업라인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고객에게 팔기란 무척 어렵다. 시련기를 거쳐 재도약에 성공한 모 벤처기업가는 “제품 개발이 제일 쉬었다. 개발은 나 혼자라도 하면 되지만, 영업과 마케팅은 나 혼자 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업이나 제품이 글로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명의 시장을 찾아야 한다. 한국 시장을 통째로 석권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글로벌 정상에 이르지 못한다. 휴맥스나 레인콤 같은 회사는 글로벌화에 성공한 벤처기업이지만, 이들처럼 되기까지는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어렵다. 성공을 열망하는 수많은 한국 벤처기업이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나 정부의 역할 외에도 무언가 더 있어야 한다. 5%에도 못 미치는 벤처의 성공확률을 단 1%만이라도 시스템적으로 올릴 수 있다면 정부와 민간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벤처종합상사다.
뛰어난 기술은 있으나 국제 감각이나 해외시장 개척 경험이 부족한 우리의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거나 불평등한 계약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지 정보나 법률, 상거래 관행을 몰라 ‘실적’ 위주로 계약하고 돌아오는 조급함은 개별기업이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데다 해외시장 개척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벤처종합상사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인케에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벤처기업을 위한 세계시장 개척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지구촌 각 지역에서 시장개척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을 모아 그 지역의 언어, 법률, 거래관행 등을 차근차근 DB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던 백전노장 종합상사맨들의 노하우와 지혜를 빌리면 된다. 상당수의 과거 상사맨이 백수 상태로 있다고 들었다. 그들이 가진 지역 정보와 시장개척 노하우를 재활용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벤처기업 선별도 필요하다. 많은 벤처기업 중에서 옥석을 가려 ‘벤처사관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벤처사관학교에 들기 위해서는 제품의 우수성이 보장돼야겠지만 철저한 시장조사와 해외에서의 성공가능성을 저울질할 객관적인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잣대로 커트라인을 통과한 기업에는 ‘프리미엄’ 지원을 해야 한다. 글로벌 벤처 펀드를 조성해 이러한 기업에는 아낌없이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과실을 나누는 방식으로 벤처종합상사의 수익모델로 삼으면 된다.
그 결과 세계 일등 상품이 한국의 벤처기업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전통산업의 경쟁력과 어울려 한국을 세계 일등 국가의 반열에 올리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다.
벤처는 한국의 희망이다. 세계 일등 제품이 해마다 하나씩만 벤처기업에서 나와 주면 한국 경제는 기존 전통기업과 벤처라는 쌍두마차로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이 날로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벤처종합상사가 해야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바쁘지만 그 보람은 역사적일 것이다. 부디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벤처 성공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인케가 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신승일 한국지식재단 연구위원 vitt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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