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자업계 작년 4분기 실적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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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가전 경기의 호황 속에서 흑자 행진을 거듭해 온 일본 전자업계에 마침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니·파이어니어·NEC·마쓰시타전기산업 등이 예상 실적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 데 비해 샤프· 미쓰비시전기·TDK·캐논·일본전산 등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오히려 실적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이처럼 업체별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중반 이후 계속되고 있는 ‘디지털기기의 잇단 가격 하락’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일본 전자업체들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은 지속되는 가격 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중이냐, 분산이냐=지난해 4분기 실적 특징 중 하나는 경영 자원을 디지털가전에 ‘집중’한 업체가 가격 하락의 여파로 크게 출렁인 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분산’한 업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쓰비시전기는 정보통신시스템 분야에서 적자를 봤지만 자동차용 전장품 및 사무자동화(FA) 관련기기 등에서 이익을 확대해 이번 회계연도에 전체적으로 약 30%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TDK도 DVD 미디어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3분의 1로 떨어졌지만 전자부품사업 호조 등으로 이익 폭이 확대됐다.

 이와는 반대로 파이어니어는 경영 자원을 집중한 PDP TV 및 DVD 리코더가 가격 경쟁에 휘말리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나 급락했다.

 ◇제품 조달에서 명암이 갈렸다=‘핵심 부품을 자체 조달하고 있는가, 아니면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는가’도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샤프는 일찍이 LCD 패널을 핵심 부품으로 육성, 자사에서 일괄 생산해 컬러TV 및 휴대폰 등 LCD 응용제품 부가가치를 높이고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 캐논도 자체 조달하는 렌즈 및 일안렌즈용 촬상소자(CMOS) 등을 무기로 가격 하락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이 회사의 지난 4분기 순이익은 6분기 연속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비해 소니는 평판TV 등의 가격 하락으로 2004 회계연도 영업이익 예상치를 대폭 하향 수정했다. 비록 평판TV 판매는 늘어났지만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는 LCD 패널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봤기 때문. 소니의 LCD 패널 내재화율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공동 생산을 개시했지만 경영 전략상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화 전략이 가격 교섭력에 유리=일본전산은 초소형 HDD용 모터 분야를 특화하고 있는데 세계 시장 점유율이 무려 90% 수준이다. 가격 교섭력에서 절대 강자인 셈이다. 닛산화학공업은 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LCD표시장치재료 배향막을 생산하고 있는데 업체들의 품질 개선 요구에 성실히 대처해 가격 하락을 막았다.

 반면 NEC는 반도체 분야에서 범용성 높은 휴대폰용 반도체에 역점을 뒀지만 가격 인하 경쟁의 직격탄을 맞고 이미 두 번이나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PC용 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인텔 등과 비교하면 가격 교섭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일본의 디지털가전 경기는 앞으로도 평판TV, DVD 리코더 등의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이상 급증하겠지만 가격 하락 기조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일본 디지털가전 경기는 당분간 경영 전략에 따라 수익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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