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0년 가을. 한국 최초로 게임리그의 결승전을 단 800석의 한 대학 기념관으로 정해 놓고 기다리던 결승전 하루 전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참 무던히도 게임과 관련한 많은 이벤트 무대를 밟아봤지만, 그 날의 기억을 난 잊지 못한다. ‘과연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게임을 보러 와 줄 것인가?’ 이런 저런 걱정과 상념에 쌓여 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튿날 아내도 밤새 뒤척이던 나의 고민을 헤아린 것인지 여느때와 달리 이른 아침에 아침식사를 준비해 줬다. 한국 e스포츠의 시작과 성장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것이다. 그날의 대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 한국 e스포츠의 오늘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그로부터 만 5년이 흘렀다. 필자는 요즘 태어나서 두번째로 그날과 똑같은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WEG’, 월드 e스포츠 게임즈 개막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무대가 세계다. 일지감치 한국에서 ‘게임리그’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게임리그의 전설이 이제는 오히려 극복해 내야만 하는 숙제가 됐다. 5년 전에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 지금도 WEG의 성공보다는 실패를 앞질러 예언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일년에 스무번도 넘게 그랬듯 지금도 ‘내가 혹시 괜한 짓을….’이라는 고민은 날마다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곳 까지 와 버린 것을.
단언컨대 지금까지 시도된 것들 중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기획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외국의 e스포츠 관련 사이트들은 난리가 났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중국의 3대 포털 중 하나인 톰 닷컴에서는 2005년도에 가장 기대되는 e스포츠 대회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80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WEG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한 메이저 방송사는 WEG 경기를 독점 중계하겠다고 청해왔다. 네덜란드의 한 도시는 WEG의 차차기 대회 결승전을 자기네 도시에서 개최하고 싶단다. 어찌보면 WEG는 시작도 하기 전에 절반정도는 성공을 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필자는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그것은 WEG라는 대회가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에 무엇인가를 팔아먹기 위한, 그래서 돈 좀 벌어보고, 팔자를 좀 고쳐보려고 하는 데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6년 간의 게임캐스터 생활과 e스포츠 기획자 생활을 통해 필자가 누릴 수 있었던 남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다 걸고 이제 그것을 가능케 만들어 주었던 사람들(게이머들과 팬들과 동료들)에게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무엇인가를 보답해 드리고 싶은 까닭에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필자는 잠을 한 숨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WEG가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 속에 마무리된다면 그 어떤 때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e스포츠와 맺은 인연의 한 단락을 마무리짓는 계기가 될 것같다.
<게임케스터 nouncer@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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