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모이면 자조 섞인 넋두리를 할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주제가 소위 ‘백화점론’이다. 우리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통신사라는 3개의 큰 백화점이 있는데, 모바일게임 개발사는 이들 백화점의 처분에 모든 걸 맡기는 열악한 처지라는 한탄이 그것이다. 시장을 한 눈에 꿰뚫어 보는 명쾌한 비유이다.
자본주의 시장이 다 그렇지만, 모바일게임 시장도 먹이사슬(value chain) 구조가 견고하게 형성돼 있다. 견고하기만 한 먹이사슬 구조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모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이슈가 바로 망개방이다. 통신 3사라는 한정된 백화점만이 아니라 재래시장이나 할인점도 있으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구도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망개방이 되어도 또 하나의 먹이사슬 구조가 더해질 뿐, 개발사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사실 망개방이 순조롭게 이뤄진다 해도 현재 상태라면 개발사의 참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웹포털이나 대형 온라인게임 사업자는 망개방이 되면 당장에라도 뛰어들 준비가 돼 있겠지만, 모바일게임 개발사는 여기에 마땅한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인력도 자금도 준비된 게 없다. 옥상옥이 될 가능성 마저 농후한 망개방의 진전을 바라 보는 마음이 착잡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먹이사슬 구조의 개선은 영원히 미제로 남겨 둬야 하는 걸까. 대안도 없이 또 다시 넋두리만 늘어 놔야 하는 것인가. 어찌보면 해답은 개발사 내부에 있다.
초기 시장에서 뜻이 맞는 몇몇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들고, 성공을 위한 일념 하나로 개발에 전념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 더 이상 가내수공업 형태로는 곤란하다.
유통시장이 다양화되고 확대되면 생산부문도 조직화, 대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통업자에 비해 턱없이 왜소한 제조업자만이 있는 한, 유통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왜곡된 시장구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 모바일게임 시장이 그런 양상이다.
현재에 머물러서는 늘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쥐고 있는 손을 펴고 손을 맞잡을 때가 왔다. 10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필요하다. 올 해는 예년과 달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성화 되고 M&A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M&A나 투자유치를 할 때 내 손으로 만든 회사를 빼앗긴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파이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열린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개척의 대상이다. 현재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보다 활발한 이합집산이 절실하다. 백화점 납품업자라는 자조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 오성민 회장 smoh@naz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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