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동안 배운 ‘스페셜포스’ 실력을 가름하기 위해 클랜 입단 테스트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도전 대상 클랜은 온게임넷 최강전 준결승 진출 팀으로 시원시원하며 저돌적인 플레이로 ‘스페셜포스’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명문 ‘크로우(][CroW][)’.
다정다감한 우리의 사부. 직접 클랜을 섭외해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목표를 높게 잡았다. ‘더게임스의 명예를 걸고 꼭 테스트에 통과하라’던 데스크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제가 테스트를 통과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클랜에 입단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봐주지 말고 원칙대로 해주세요.”
강남과 강북의 동쪽 지역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아셈타워 36층 네오위즈의 전망 좋은 회의실. 클랜 입단 테스트를 위해 노트북 2대를 앞에 두고 사부인 김솔 선수와 크로우의 클랜장인 유성한씨(31·코드네임 투신)와 마주했다. ‘좀 적당히 봐 달라’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크로우는 5판의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돌격병이라면 3명의 테스터를 모두 세이브해야 합니다.”
크로우의 정신적 지주로 클랜원들 사이에서 형으로 통하는 푸근한 인상의 투신은 기자와의 첫 대면에서 크로우가 실력보다는 매너를 중요시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설명하는 테스트는 한마디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일대일로도 안 되는데 무슨 수로 3명을 세이브한다는 말인가. 세이브는 모든 적을 제압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신에 따르면 각 클랜의 입단 테스트 방식에는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테스트 없이 클랜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명문 클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테스터들은 일반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습니다. 상황판단 능력을 보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뛰어다니고 아무 곳에나 총을 쏘기도 합니다.”
그럼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고수 3명을 모두 잡는다는 말인가. 투신의 이어지는 설명에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그는 테스트를 하면서 타깃을 얼마나 정확히 맞추느냐, 사운드 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 상황 판단능력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다.
크로우는 어떻게 클랜원을 모집할까. 매너 있고 실력 있는 20세 이상의 게이머를 눈여겨 보다 자격이 된다 싶으면 입단을 권유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날을 정해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한다. 투신과 각별한 사이인 사부 덕에 특혜를 톡톡히 본 셈이다.“핸디캡을 좀 접어주고 하죠. 대항군은 2명만하고 한판만 세이브하면 통과하는 걸로.”
사부는 애제자(?)의 실력을 뻔히 알기에 투신에게 연신 테스트 방식을 완화해달라고 졸라댄다.
투신은 기자가 ‘스페셜포스’에 입문한 기간이 짧다는 점, 나이를 좀 먹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는지 사부의 말대로 테스트 방식을 완화시킨다. 게다가 테스터들이 저격 총을 들고 돌격하도록 하겠단다.
옵저버로 게임에 참여해 기자를 평가할 투신이 테스트를 위한 방을 만들고 대항군 역할을 할 2명의 테스터 ‘세꽃’ ‘[CroW]*디오’를 호출한다. 투신의 계급이 중령, 2명의 테스터 계급도 각각 중령과 소령. 기자는 여태 훈련병의 계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관급 장교들이 아직 작대기 하나도 달지 못한 훈련병을 테스트하는 일은 크로우 역사상 아마 처음일 듯 싶다.
채팅 창을 통해 원격 접속한 테스터들과 인사를 나눈 후 기자는 결국에는 당초의 원대한 포부(?)를 망각하고 본능적으로 ‘살살 다뤄주세요’라는 애교성 멘트를 날리고야 만다.드디어 주사위는 굴려졌다. 로딩화면이 나오고 ‘더게임스’라는 코드명을 단 기자의 분신이 화면에 등장하는 짧은 찰라. 황량한 허허벌판에 혼자 내동댕이쳐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쪽에서 소리가 나네요.”
한동안 멍하니 있는 순간.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사부가 다급했는지 적의 출현을 알려 주었지만 이내 기자는 앞으로 꼬꾸라지고 만다. 다음 판도 마찬가지. 기자는 지레 겁을 먹고 머뭇머뭇하다 아군 베이스에서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테스터들의 무수한 총탄세례에 무릎을 꿇는다. ‘일부러 총소리도 내고 뛰어다니면서 한다더니….’ ‘살살 다뤄 달랬는데….’ 괜히 원망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제가 앞장 설 테니 따라오면서 해보세요.”
더 이상 테스트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테스트를 위해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던 투신은 직접 앞장 서서 테스터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고 이내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다. 덕분에 기자는 투신과의 대결로 위치를 드러내고 체력이 바닥이 난 테스터를 상대로 간신히 두어번의 킬(kill) 수를 올린다.
민망한 기자가 ‘다 잡아 놓으신 걸로 킬 수를 올렸다’고 하자 투신은 ‘원래 팀 플레이가 중요한 것’이라며 기자를 위로한다.테스트가 끝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침을 준 사부와 눈 마주치기 조차 미안하다. 테스트를 통과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찌 이리 허망하게도 테스트를 끝낼 수 있단 말인가.
“크로우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정회원으로 받아드리기는 어렵고 명예회원으로 입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꾸준히 연습하셔야 합니다.”
투신은 테스트 이후 간단한 강평 시간을 갖고 ‘크로우에 기자 하나 있으면 나쁠 게 없을 것 같다’며 기자에게 입단이라는 반가운 선물을 안겨주었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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