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2세대 CEO 역할론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컴퓨팅 시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컴퓨팅 산업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로 컴퓨팅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 CEO들의 급격한 세대교체를 꼽을 수 있다.

 CEO 면면을 보면 컴퓨팅 산업이 갑작스레 젊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컴퓨팅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던 다국적기업 CEO들은 주력이 어느새 40대로 내려왔다. 물리적으로 어디까지가 1세대고 2세대인지 확연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컴퓨팅 산업의 주도권이 1세대에서 1.5세대로, 이제는 완전히 2세대로 넘어갔다는 데 컴퓨팅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동의한다. 가장 보수적으로 인식돼 온 한국IBM CEO를 40대의 이휘성 사장이 맡게 된 것은 2세대 CEO론의 완성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세대교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젊은 패기나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무모한 도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 자신의 경영능력에 대한 과신 등이다. 또 1세대와 1.5세대의 풍부한 경영 노하우가 일선에서 후퇴함과 동시에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도 안타깝다. 2세대 CEO들의 역할론은 이 같은 안타까움과 우려를 토대로 찾아야 할 것이다.

 젊어졌다는 것은 급속히 변하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과거 다국적 기업의 CEO들은 컴퓨팅 관련 전문교육 이수자들이기보다는 영어에 능통하거나 아니면 사무직이나 기술직에서 전산직으로 옮겨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2세대 CEO들은 체계적으로 IT나 컴퓨팅에 대해 공부하고 10년 이상 이 분야에 종사해 온 전문가들이다. 또 과거 CEO들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척박한 환경에서 컴퓨팅 산업을 일구어 왔다면 2세대 CEO들은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탄탄히 다져진 기반 위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차이다.

 물론 그들에게 좋은 여건만 주어진 것은 아니다. 세대교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컴퓨팅 시장만 뒷걸음질치고 있는 현실에서 이루어진 만큼 주변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올해 전망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다. 더구나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은 세계 컴퓨팅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위축되게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2세대 CEO들은 짧은 기간에 자신들의 경영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당연히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대교체에 따른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2세대 CEO들의 역할이다. 패기와 도전정신, 해박한 전문지식 등은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무기다. 그만큼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신산업에 대한 효율적인 접근으로 경영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세계 IT시장에서 갈수록 입지가 약화되는 우리나라 IT산업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과거 1세대 CEO들이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나라 IT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면 2세대 CEO들은 이제 외형적인 발전보다는 내실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 한국에 R&D기지를 세워야 하는지 본사를 이해시키고, 왜 한국의 우수한 인력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1세대 CEO들이 우리나라 IT산업의 초석을 놓고 이를 토대로 IT강국의 깃발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면, 2세대 CEO들은 자립 한국의 IT모델을 완성해야 한다는 임무가 있다. 단순히 본사 매출 향상에 일조하는 도우미 역할보다는 세계 경쟁기업과 차별화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 성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